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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of All/Book Review

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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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03-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대한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철학적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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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한병철

 

 

 

오늘날의 사회(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회가 가진 심리적 양상?)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자 철학적 분석을 담은 책이다.

조금은 새로운 의견이기에 획기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하게 되었다(독일에서 출간된 이 책이 독일사회에서도 꽤나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나의 좁은 소견으로 그의 글에 말을 보태거나 비판할 수 없어 그의 생각을 요약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려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규율과 규제, 부정을 중심으로 하는 규율사회(푸코)에서 긍정과 성과를 중시하는 성과사회로 변모했다(또는 변모하는 과정이다).
부정(NO)으로 통제가 가능한 규율사회에서 개인은 복종적 주체였지만 성과사회에서는 성과주체가 되고, 그러한 사회에서는 부정성을 폐기하고 긍정을 조장(Yes, We can! 누구나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언뜻 보기에 긍정의 사회로 전환되었다는 것은 타인중심에서 자신중심으로 넘어오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상당히 호전적으로 변화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긍정에 담겨있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폭력 아닌 폭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규율사회에서 부정인(不正人)이 발생하듯(규율사회에서는 '광인'과 '범죄자'였다) 성과사회에서도 부정인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형태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로 드러난다(두 가지가 가진 연속성이라고 본다면 규율의 패러다임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성과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타인에 의해 규제되는 규율사회가 더 억압적이고 제한적이라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유라는 이름 안에 자기 스스로를 규제하게 만드는 성과사회가 더 많은 억압과 제한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성과사회에서는 성과를 증진시키기 위해 스스로가 과다한 노동과 성과를 추구하면서 자기착취가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자기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타인착취보다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더 큰 위험을 담고 있다. 그 위험이 현실화되면서 현대사회 심리적 질병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역설적 자유의 병리적 표출인 것이다.

 

성과주의 사회에서는 한번에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멀티태스킹을 강조한다(실제로 최고의 각광받는 기술로 대두되며 기계 뿐 아니라 인간도 멀티태스킹하는 인간을 요구하는 것 같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은 언제나 개별의 사태에도 계속 정신적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몰입할 수 없게 한다. 사색이 사라지면 가치, 철학, 이념 등에 대한 탐색은 사라지게 되고 현대사회의 가치상실은 이러한 '과잉'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말미암은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철학을 포함한 인류의 문화적 업적은 사라져가고 있으며 그 어떤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하고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생하고 가속화할 따름이다. 어찌보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현대사회의 특성 또한 성과를 중시하여 자아로 하여금 지나친 활동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특성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하다(저자는 지나친 활동을 하는 자아는 깊은 사색적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없으며 이는 "귀기울여 듣는 재능"을 가지지 못해 깊이있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본다).

성과주의사회에서는 자유, 쾌락을 원칙으로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 해방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강제가 발생하게 되며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의 원인이 "긍정의 과다"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그는 '무엇이 해결의 방법이다'라고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강조되었던 근대적인 패러다임을 버려야함을 제기한다. 그 예로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을 제시한다. 프로이드의 이론은 과거 규율사회에 적합한 이해방식이었기에 성과사회에서는 더 이상 적용불가능하다라는 것이다.

오늘날 경험하는 개인의 심리장애는 나르시시즘과 관련이 큰데(Richasrd sennett)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르시시즘으로 자신 속으로 가라앉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가 소실되면서 안정된 자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현대는 프로이드가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보았던 심적 억압이나 부인(대개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과는 달리 긍정성의 과잉, 즉 부인이 아니라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무능함, 해서는 안됨이 아니라 전부 할 수 있음에서 비롯하는 문제이므로 정신분석학적으로 현대사회의 질병(소진증후군,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우울증은 타인과의 관계적 양상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의 우울증은 자신이 가진 과도한 긴장과 과부화로 일어나는 과잉자기관계가 크게 좌우된다. 즉 자신과의 전쟁에서 지치고 탈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억압된 무의식을 탐색하거나 전이를 이용해 타인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한 프로이드의 주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하기 위해 알랭 에랭베르(Alain Ehrenberg)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박하는데 굉장히 설득력을 가진다. 세상에 없는 최고의 논리일 것 같았던 '신자유주의'가 가진 폐해가 드러나는 양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과정은 생략하고 오직 성과, 결과만을 추구하면서 성과만 좋으면 다른 모든 것들은 용서될 수 있을 것 같은 그것이 오히려 인간 스스로를 좀먹게 만들었다. 물론 그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지만 말이다.

 

어찌됐건...

스스로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자기 세뇌를 일삼았던 우리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져주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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