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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시코쿠(四國)

죽은 도시에 새생명을 불어넣은 나오시마 집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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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의 이름난 볼거리들을 마다하고 집프로젝트(家 プロジェクト)를 찾은 것은 건축가 동생과 동행했다는 이유도 크지만 "지역사회 살리기"의 대표 사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곳을 지척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채웠기 때문이다. 집프로젝트는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베네세사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예술가들이 합심하여 만든 재생예술구역이다. 총 7개의 가옥으로 구성된 집프로젝트는 예전에 사용하던 오래된 주택에 현대적 미를 가미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예술품이 되었다.

 

 

 

 

한정된 시간에 나오시마를 여행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쵸영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의 대중교통을 생각하면 나오시마 교통비는 상당히 착한 편이다(부담없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100¥이라는 가격으로 나오시마 전지역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이 보다 좋을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집프로젝트가 있는 혼무라로 향했다.

 

   Tip

   집프로젝트의 건물들은 비교적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관람순서를 정해 그 루트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좋다. 위치상 はいしゃ와 石橋가 시작이나 끝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미야노우라 항에서 향할 경우에 한).

 

   ★ 집프로젝트 전체 관람티켓: 1,000¥(1곳-킨자-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람 가능)

 

 

▨ はいしゃ

 

 

 

아침 일찍 도착한 덕분에 하루를 여는 첫 손님이 되었다. 덕분에 관리인들의 인사는 더욱 힘차다(관람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들과 눈마주침을 하고 서로 손을 흔들기까지 했으니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이 된 셈이다). 하이샤의 첫인상은 뮤직비디오 속 감각적인 배경을 본 듯 하다. 버려져야 마땅한 고철덩어리를 꼴라주로 만들어놓으니 꽤 분위기 있어 보인다.

 

 

 

 

 

 ■ 작품명: 舌上夢

 ■ 작가: 大竹伸朗(Shinro Ohtake)

 

원래 작품명은 舌上夢(혀 위의 꿈?!)인데 집프로젝트에서는 はいしゃ라고 명명되어 있다. 이름(はいしゃ)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치과의사가 의원과 주택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나오시마가 가진 재건의 꿈이 하이야에서 오롯이 보인다. 소박한 2층 건물 안에는 큼지막한 조각들이 몇 종류 전시되어 있다. 언뜻보면 조각품이 주인공인지, 건물 자체가 주인공인지 구분할 수 없다. 1층 천정을 뚫고 솟은 자유의 여신상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유니크하다.

 

내부는 사진촬영금지라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으로 대신... 우동집 간판은 최고의 꼴라주 재료인 것 같다. 

 

 

▨ 碁会所

 

 

<이미지 출처: http://www.benesse-artsite.jp/arthouse/gokaisho.html(집프로젝트 홈페이지)>

 

 

 ■ 작품명: 碁会所

 ■ 작가: 須田悦弘(Yoshihiro Suda)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역할을 했을 '碁会所(기원, 고카이쇼)'은 아주 작은 공간으로 2칸의 방과 손바닥만한 마당을 가졌다. 2칸의 방에는 각기 다른 색의 동백꽃이 흩어져 있고(어떤 의미일까?) 마당은 일본 특유의 모래정원으로 되어 있다. 진짜 꽃인줄 알았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목화(木花)란다. 이 꽃의 값어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는... 작고 더없이 수수한 공간에서 작가가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살짝 복잡한 마음이 든다.

 

 

 

 

집프로젝트에 해당하는 건물은 아니지만 고카이쇼 건너편에는 오래된 카페가 있다. 300년 간 존경받아온 미야케 집안의 건물(유형문화재 등록)이지만 지금은 카페와 숙박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혼무라 지역의 대표적인 버스정류장인 '농협정류장'앞 거리는 집프로젝트를 관람한 후 나오시마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7,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담배가게, 꽃가게 등의 풍경이 거창한 관람 포인트가 아니어도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점점 커지는 혼무라 여행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角屋(카도야)로 향하는 골목에서 만난 센스만점의 볼거리들...

때론 단순하게, 때론 화려하게... 지역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집 담벼락과 대문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만들어졌다. 누군가에서 보이기 위함이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가득찬 아름다움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나오시마의 아트프로젝트는 유명 예술가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보겠다는 마음이 더해졌기에 하나의 숨결로 완성되었을 것이다. 벽화마을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도 큰 귀감이 될 곳이다.

 

 

▨ 角屋

 

 

 

 

 ■ 작품명: 角屋

              + Sea of Time '98

              + Naoshima's Counter Window

              + Changing Landscape

 ■ 작가: 宮島達男(Tatsuo Miyajima)

 

집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완성된 곳인 카도야(角屋)는 건물 자체보다는 그 내부의 작품들이 더 인상적인 곳이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마룻바닥에 앉아 물 속에 빠져있는 숫자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특별한 숫자들이 마구마구 솟아오른다. 한참을 앉아 있으면 시간여행도 가능할 법하다. 몽롱하게 회상에 빠지게 만들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미지 출처: 집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benesse-artsite.jp/arthouse/kadoya.html)>

 

 

 

 

 

또 다시 혼무라의 골목길...

나오시마는 다른 어떤 곳보다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여행지인 듯 하다. 작은 섬이지만 의미있는 장소들이 많아 짧은 여행에선 놓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 Ando Museum

 

 

 

 

나오시마와 연결된 이름 안도 타다오.

너무나 큰 명성을 가진 베네세하우스에 가려져 크게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이곳 역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고, 그의 작품세계와 나오시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곳이다. 아쉽게도 내부를 들어가보지 못해 특별히 이야기할 거리가 없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안도 타다오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얼음나라만큼 차디찬 콘크리트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온 그의 작품세계에 목조건물이 존재한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나오시마에서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것이 '노렌'이다. 흔히 우동집이나 일식집에 가면 입구에 걸려있는 천을 노렌이라 하는데 가지각색의 노렌을 걸어두는 것이 나오시마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것들만 모아놓아도 여느 미술관에 뒤지지 않는다.

 

 

 

 

 

<극락사>라는 이름의 절.

이 주변으로 신사와 절이 어우러져 있어 수양의 기가 한껏 느껴진다. 나오시마의 정신적 토대가 된 곳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南寺

 

 

 

 

 

 ■ 작품명: 南寺

              + Backside of the Moon(ジェームズ・タレル)

 ■ 작가: 安藤忠雄(Tadao Ando)

 

안도 타다오 미술관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그의 작품이 하나 더 있다. 南寺(미나미테라) 역시 지금까지 봐왔던 그의 작품과는 달리 목조건물로 지어졌다. 집프로젝트에 속한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면 꽤 젊은 건물이다. 최근에 지어진 건물로 James Turrell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어 조금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나보다. 누군가에겐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곳이 내 기억엔 남은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건물 통로에서 보이는 나무 한그루가 더 예술적으로 보인다.

 

 

 

 

미나미테라와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진 공공화장실과 어린이 놀이터.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는 것 같다.

 

7개의 집들 중 4군데 밖에 둘러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대개 여행에선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곳에선 그 포기로 감수해야 할 아쉬움의 크기가 상상보다 컸다. 그래서 다시 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보다.

 

 

 

 

혼무라 라운지... 티켓과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인포메이션 같은 곳이다. 미야노우라 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래보지만 쉽지 않다.

 

나오시마 집프로젝트에 해당하는 건물들은 대체로 2-300년이 지난 건물들을 약간씩 수리하여 유지하고 있다. 하나 둘씩 떠나가는 사람들로 고독감에 싸였을 작은 섬이지만 덕분에 오래된 건물들이 지금까지 유지된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지금의 아트 아일랜드가 될 수 있기도 하고...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은 자기의 때를 기다려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가나 보다. 나오시마의 최고의 때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최고의 시간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는 이곳의 사람들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 달려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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