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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실린 여행기

[낙동강 Magazine VOL.10] 일상과 여행을 오가는 대구 골목투어 3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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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여행의 경계는 어디쯤 있을까.
일상에서의 탈출을 여행이라 칭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대구를 터전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대구골목투어라 할지라도 그저 일상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 최고의 번화가를 관통하며 이어지는 골목투어 3코스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발자국이 스며든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흔해빠진 일상도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라는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말처럼 익숙했던 풍경을 새롭게 보기 위한 걸음을 내딛었다.

 

 

 

 

 

 

▶ 대구의 대표 키워드, 패션 & 한방

 

골목투어 3코스는 대구를 대표하는 키워드를 모두 모아놓은 곳이다. 자그마치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대구 약령시는 신의학의 발달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약재의 우수성과 명성은 단연코 최고라 자부한다. 아직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대구’하면 ‘약령시’로 자연반사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는 동안 섬유산업은 대구를 먹여 살리는 큰 일꾼이었다. 양말을 시작으로 메리야스, 합성섬유, 최근의 초경량 고기능성 섬유에 이르기까지 대구의 섬유산업은 지칠줄 모르고 달려왔다. 거기엔 서울, 평양과 함께 전국 3대 도매시장이었던 서문시장도 한 몫을 했다. 장날이 되면 육로, 수로할 것 없이 대구장터로 향하는 길은 인적으로 북적였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골목투어 3코스이다.

 

 

 

 

 

▶ twinkle, twinkle! 빛나는 보석의 거리

 

대구의 교동은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일명 ‘풍물거리’이다.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제품 판매와 수리를 한 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전자거리,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상주하며 생필품을 사고팔았던 일명 양키골목, 지금도 추억의 먹거리를 찾아 헤매게 하는 교동 먹거리 골목, 시계‧보석 등을 만들고 판매하는 귀금속 골목 등 그 주변만 둘러보아도 한나절은 꼬박 보낼 수 있는 만물거리이다. 그 중에서 특화산업으로 지정되며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귀금속 거리이다.

 

 

 

 

 

 

교동 귀금속 거리는 국내 유일의 귀금속 특구로 제작에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보석에 대한 궁금증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2011년 문을 연 주얼리타운은 교동귀금속 거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반지모양의 아치를 통해 들어서면 귀금속의 제조, 판매, 전시가 한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주얼리타운을 만나게 된다. 언뜻 보기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귀금속 판매점 같아 보지만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구미를 자극하는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현재 주얼리타운의 1층은 귀금속 판매점, 2층은 웨딩코너, 3층은 보석 전시관, 4층은 보석 디자인 센터, 5층에서 8층은 주얼리 제조공장이 입점해있다.

 

 

 

 

 

주얼리타운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은 3층 보석 전시관이 아닐까.
보석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누구에게나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있다. 보석이 지닌 영롱한 색채가 빛을 만나면 눈이 부실만큼 반짝이니 현혹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빛나는 보석들 속에서 황홀감을 맞보기 위해 찾은 이곳은 이런 나의 기대를 무참히 깨뜨려버렸다. 전시된 대부분의 것들은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니 만난다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법한 행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잘못되지 않았나’하고 생각하는 찰나, “원석”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버리는 내 편견이 보석을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눈을 가려버린 것이다.

 

 

 

 

 

 

 

주얼리타운의 전시관은 가공하기 전 원석들을 통해 보석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어떤 보석도 처음부터 빛나는 것은 아니었다. 살을 에는 고통을 이겨내고, 무수히 갈고 닦아야만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보석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과 보석은 참으로 닮은 점이 많다. 제 아무리 최고의 보석인 다이아몬드라 해도 갈고 닦지 않으면 한낱 돌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니 가진 몫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진리를 주얼리 전시관에서 되새기게 된다. 이 외에도 신인 보석 디자이너들과 보석명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와 월별 탄생석들을 살펴볼 수 있다.

 

 

 

 

사실 보석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기대를 잔뜩 품고 간다면 자칫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큰 숙제를 가진 주얼리타운이기에 약간의 걱정도 함께하지만 4층 보석디자인센터가 있기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국내 유일의 주얼리 마스터와 지방 유일의 보석명장이 상주하고 있으니 그들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다보면 능히 국내 보석계를 주름잡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 또 주말이면 열리는 주얼리 체험코너에서는 나만의 유일한 주얼리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으니 기왕이면 주말 연인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축제의 거리, 동성로

 

대구에서 가장 핫(hot)한 거리, 가장 생동감 넘치고 다이나믹하며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거리, 바로 동성로이다. 때문에 대구에서 열리는 많은 축제들은 동성로를 중심으로 한다. 매년 9월이면 열리는 “동성로 축제”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축제이다. 이미 대한민국 대표축제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면서 전국에 그 명성을 떨쳤고,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한 시민들의 한마당 잔치가 됐다. 여름이면 최고의 인기를 끄는 대구호러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인 이벤트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일대에서 열리지만 깜짝 이벤트로 각양각색의 귀신들이 예고없이 동성로에 출몰하기도 한다.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내미는 귀신들은 대구의 무더위를 단숨에 날려 버릴만큼 온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또 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국제오페라축제는 세계인들을 대구로 불러모으며 축제 도시로의 면모를 선보인다. 동성로 곳곳에 마련된 티켓박스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이들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성로가 축제 때만 북적이는 곳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래 전부터 동성로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굳이 지명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 ‘거기’서 만나!”라고만 하면 으레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동성로 일대는 원래 차들이 오가는 도로였으나 거리를 정비하고 차량을 통제하면서 보행자들에게 최적화된 거리가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각종 대회, 캠페인, 전시회, 시민운동 등도 자주 열린다. 때문에 살아 숨쉬는 대구의 모습을 찾고 싶다면 동성로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

 

 

 

 

 

 

골목투어의 십자로, 약전골목

 

동성로를 벗어나면 골목투어 3코스는 약재시장, 서문시장으로 이어진다.
약령시라는 이름이 대구를 상징하듯 이곳은 전국 최대의 약재시장이었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조선시대까지 350년 이상을 거슬러야 한다. 읍성 내 객사주변으로 1년에 2번 열렸던 약재시장은 대구읍성이 허물어지고 난 뒤 지금의 자리로 옮겨 다시 개장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약전골목이라 불리며 시장을 확대해나갔고, 국내를 넘어 만주, 중국, 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골목입구에 들어서면 다양한 약재들의 향 덕분에 “약전골목은 걷기만 해도 치유되는 곳”이라는 속설이 따르기도 한다. 옛 전통을 이어 매년 5월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가 열리는데 올해(2014년)는 세월호 사고 이후 추모의 의미으로 10월로 연기되었다. 매년 한방문화축제가 가까워지면 한방관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민들이 건강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으로 향한다. 특히 약령문을 중심으로 약령시 축제 개시를 알리는 수문장교대식은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된다. 7월 말 개장을 앞둔 에코한방 웰빙체험관도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약전골목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이곳을 중심으로 골목투어 2코스와 3코스가 서로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3코스를 살펴보고 싶다면 약령문을 지나 서문시장으로 향하면 되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조금 지겨워졌다면 살짝 비켜나가 2코스로 경로를 옮겨보는 것도 좋다. 골목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일제시대 건물과 5분 거리 이내에 제일교회와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서상돈고택, 계산예가 등 골목투어 2코스의 핵심 볼거리들이 약전골목을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어 1석 2조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대구 전통시장의 메카, 서문시장

 

‘한 지역의 참모습을 보려거든 시장으로 향해라’는 말이 있다. 시장은 삶의 터전이자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는 정서의 장이기도 하다. 대구 읍성의 서문 밖에서 열리는 장이라 서문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성의한 듯 보이는 이름이지만 이래뵈도 조선시대에는 평양, 강경과 함께 전국 3대 장터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시장도 시대 트랜드에 따라 달라지듯 의류, 섬유, 포목이 중심이었던 상가들은 그릇, 악세사리, 먹거리 등으로 확대되었다. 목조건물로 지어진 탓에 몇 번의 화마를 경험하고 지금은 현대식 건물에 아케이드가 놓인 편리한 형태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아마도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서문시장의 명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멈추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움직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체 건물은 4지구(2층)로 나누어지며 그 외에도 동산상가, 건해산물상가, 아진상가, 명품프라자 등으로 나눠진다. 거미줄같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가들의 대부분은 의류와 섬유를 대표 품목으로 취급하고 있다.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품질의 의류를 선보이고 있어 상당히 경제적인 쇼핑을 할 수 있다. 또 오색찬란한 염색물로 만든 한복들은 굳이 구입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눈요기 거리가 된다.

 

 

 

 

 

서문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곳에선 찾을 수 없는 서문시장표 먹거리다. 전국방송에 소개될 만큼 인기몰이를 하며 젊은 층이 시장으로 모여들게 하는데도 큰 몫을 했다. 어린 시절 먼거리에 힘이 들었지만 엄마손을 잡고 시장을 따라갔던 이유도 서문시장에서 파는 냄비우동 때문이었다. 요즘 분식점에서는 그때 그 맛을 느낄 수 없지만 서문시장의 우동맛은 여전히 그때 그 맛을 고수한다. 지금은 수육, 떡볶이, 어묵, 찌짐 같은 다양한 먹거리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한다. 서문시장 역시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명실공히 대구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다.

 

새로운 듯 새롭지 않고, 익숙한 듯 마냥 익숙하지도 않은 골목투어 3코스 패션한방길. 일상생활 속에서 잠깐의 짬을 내어 방문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이다.

 

  

<대구골목투어 3코스 지도: http://gu.jung.daegu.kr/alley/sub01/sub03.html(중구청 골목투어 홈페이지)>

 

※ 지면의 사정상 담지 못한 내용들은 개별 포스팅으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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