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독일(Germany)

독일인의 집에서 보낸 2박 3일 홈스테이

728x90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본격적인 미션을 수행할 휘어트(Hürth)로 향했다. 휘어트는 쾰른에서 5~6km 떨어진 작은 마을로 버스나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후배(언제나 이 후배는 쉽지 않은 부탁도 자기 일처럼 발벗고 뛰어주어 너무 고맙다) 덕분에 현지 독일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라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은 첫 만남임에도 어색하지 않게 다가와 주었다.

 

 

 

 

집을 기꺼이 내어주신 Inés Frege원장님은 이미 병원으로 출근하셔서 댁에 안계셨고, 대신에 막둥이 벤지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한 성격을 가진 벤지, 우리 일행에게 인기폭발이었다. 한번도 애완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어 벤지와 친해지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한번씩 생각나는 녀석이다. 겨우 친해진 그 때, 우린 헤어져야 했다.

 

 

 

 

3층 주택이었지만 지하까지 포함하여 모두 4층의 공간에 아기자기한 정원까지... 독일인들 특유의 딱딱함을 예상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나 푸근한 분위기였다. 머무르는 내내 편안하게, 심지어 이곳이 한국인듯 착각할 만큼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우리가 주로 생활했던 공간은 주방.

2~3층은 여학생들이 사용하고, 지하는 남학생들이 사용하면서 모두 9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머물렀다. 10여년 전 우리 집에서 일본인 학생 1명이 1주일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쉬운 결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9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기꺼이 받아주시겠다는 말에 어찌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3층 방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인데 흐릿하게 쾰른돔(대성당)이 보인다. 이곳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왜 대성당이 쾰른의 랜드마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Frege원장님은 독일에서도 꽤 인정받고 있는 정신과 의사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다가 몇 년전 휘어트에 있는 Salus Klinik이라는 정신재활병원의 원장으로 스카웃되어 왔다. 어린시절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고,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커서 한국의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들이 당신에게도 도움된다 해주시니 어찌나 고맙던지... 덕분에 격식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리를 좋아하고, 한국음식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매일 저녁은 우리가 한국음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 이것저것 체크하면서 한국에서 공수할 재료와 현지에서 구입할 재료를 나누는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이미 필요한 재료들을 모두 구입해두었다. 거기서 한 걸음 나가 한국의 전기밥솥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후배의 것으로~

 

 

 

 

 

그렇게해서 마련된 한국의 맛!

첫째날 메뉴는 불고기와 된장국, 둘째날 메뉴는 고추장 불고기(사실 전날 남은 고기로...)에 잡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우리네 조미김!

 

 

 

 

 

독일 맥주는 다 좋은 맛을 가졌지만 어떤 맥주를 좋아할지 몰라 종류별로 모두 사뒀다며 꺼내놓는 맥주, 다양한 군것질거리는 원장님의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둔 맥주는 얼마든지 꺼내 먹어도 좋다는 말에 모두들 환호했다.

 

 

 

 

사실 나는 맛있게 먹기만 했지만 학생들은 장보는 것에서 레시피까지 꽤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았다. 외국인이 좋아할만한 한식을 고르고, 너무 맵지 않게 하면서도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역력했다. 장조림을 내팽겨쳐버린 백일섭 아저씨와 달리 꽁꽁 싸매고 귀한 물건처럼 조심조심 가져온 된장과 기타 재료들이 제대로 빛을 봤다. 그 덕분이었는지 원장님은 완전 만족하신듯 보였고, 재료준비부터 조리법까지 많은 질문을 하셨다. 또 매운 정도가 원래의 것과 같은지, 당신에게 선보이기 위해 덜 맵게 한건지, 아주 디테일한 질문까지 오고갔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에서 한국 학생들은 어떤 삶을 꿈꾸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곳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 원장님은 어떤 젊은 시절을 보냈는지, 독일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수업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진지함과 눈빛을 보여주었던 학생들... 나쁜 녀석들! 평소에도 좀 그러지...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 

 

 

 

 

 

 

다음 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니 식탁에 케익이 하나 놓여있었다. 원장님이 직접 구운 독일 전통 케익이니 먹어가며 준비하라는 말에 별 생각없이 잘라먹었는데 알고보니 전날 저녁식사 준비가 생각보다 오래걸려 준비해두신 거란다. 원장님은 늦게 먹는 저녁식사가 괜찮지만 혹시 우리가 준비하면서 시장할까해서 만드셨다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덕분에 맛있는 독일케익도 맛보고, 앞마당에서 딴 붉은 열매(딸기류였는데...)도 상큼하게 먹어볼 수 있었다.

 

 

 

 

한국의 맛을 소개했으니 이제는 독일의 맛을 느껴볼 시간~ 매일 아침은 원장님이 손수 독일식으로 준비하셨다.

다양한 종류의 빵과 차, 커피... 이 정도야 흔하게 볼 수 있는 조합이지만 독일식 아침식사의 정점은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햄이다. 하나 하나 맛보는데만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아침 일정은 항상 조금 늦게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

 

 

 

 

 

기본식에 등장하는 치즈만도 5~6종류가 되고, 햄은 그 보다 훨씬 많았다. 우리 역시 이것이 독일인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것들인지, 아니면 우리를 위해 더 많이 준비한 것인지 질문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게 우리가 늘 먹는 방식이야!"라고 대답하시는 원장님. 

독특한 냄새때문에 싫어할 수도 있겠다며 그래도 괜찮다면 한번 맛보라고 권한 고르곤졸라 치즈는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지금까지 먹어온 고르곤졸라 피자는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정말 새발의 피만큼 들어간다는)을 알아차려버렸다.

 

우리나라에서 먹을 수 있는 햄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보는 젤리같은 햄, 쫀득쫀득한 식감을 가진 햄, 잼처럼 빵에 발라먹을 수 있는 햄 등 독일의 햄은 너무 맛있어 헤어날 수 없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독일의 유제품은 (지방)농도가 다양하게 나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사람들은 진한 유제품을 선호해 3.8%의 농도보다 더 진한 것도 있단다. 한국에 판매되고 있는 우유는 대개 1%대(저지방, 일반우유 3%대)의 농도로 볼 수 있단다. 뿐만 아니라 요거트 역시 발효의 정도가 다양해 원하는대로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다. 우유를 크게 즐기진 않지만 분명 한국에서 맛보던 유제품보다 진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이렇게 귀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후배는 독일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오스트리아로 오르간 유학을 떠나 공부를 마치고 지금은 전공을 살려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원장님 댁에서, 나는 후배의 집에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참동안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보았던 창 밖 풍경~

아... 그립다!

 

 

 

 

 

이렇게 즐겁게 2박 3일의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 날!

식사후 감사의 의미로 한국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다. 사실 이 노래와 율동은 우리가 방문할 시설에서 공연할 것이었는데 원장님이 한번 보고 싶다고 부탁하셔서 무대 리허설 겸으로 준비한 무대였다. 노래의 의미도, 율동의 의미도 알 수 없었겠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

 

그리고 학생들이 원장님을 위해 준비했던 선물 증정식!

한국에서 준비한 나전칠기 보석함과 전통 궁중복장을 한 인형, 그리고 무엇보다 맘에 들어하셨던 아이들의 편지... 한명 한명 사진과 함께 쓴 짧은 메시지에 감동적이라는 말을 연신 쏟아내셨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젯밤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 이유를 알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또 하나의 귀한 인연을 만들며 마무리한 홈스테이,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의미있었다.

 

 

 

반응형

인스타그램 구독 facebook구독 트위터 구독 email보내기 브런치 구독

colorful png from pngtree.com/

DNS server, DNS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