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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독일(Germany)

생동하는 도시 뮌헨, 젊음의 공간 마리엔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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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은 언제가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다.

나의 시나리오에 따른다면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9월이나 10월에 왔어야했지만 축제가 아니어도 뮌헨은 알 수 없는 움직임의 진동이 한껏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 떨림의 진원지를 찾아 뮌헨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뮌헨은 독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고, 바이에른을 대표하는 강한 자존심을 가진 도시다. 다행스럽게도 왠만한 볼거리들은 마리엔 광장을 중심으로 동심원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어 짧은 일정의 여행자들에게도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여행의 시작지점으로 완벽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카를스 광장. 카를스 문을 넘어서면 진짜 뮌헨을 만나게 된다.

 

 

 

 

 

무뚝뚝하고 딱딱할 것만 같은 독일도 곳곳에 익살스러움을 숨겨두었다. 그 익살스러움은 발견되는 순간 더 큰 웃음을 준다.

1895년에 설계된 작은 분수, 정확하진 않지만 포도주와 관련된 듯 보인다. 혹 뮌헨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수도승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미카엘 성당(St. Michaels Kirche)

 

 

카를스문에서 시청사까지 이어지는 노이하우저 거리는 화려한 번화가이다.

오래된 역사를 담은 문화재와 현대적 감각을 담은 많은 상점들이 서로 어우러져 여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몇 백년된 건물과 최근에 만들어진 듯한 건물들이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이러한 어울림이 지금의 뮌헨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미카엘성당(독. 미하엘)은 종교개혁에 반대하는 의미로 지어진 가톨릭교회다. 2차 대전에 무너진 것을 복원한 상태라고 한다.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미카엘 천사가 있어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췄다. 이곳에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건설한 루트비히 2세의 묘가 있다.

 

 

 

 

 

비주얼에 홀려 사고만 망고 아이스크림. 역시 길거리 먹거리는 여행에서 없어서는 안될 에너지원이다. ^^

 

 

 

 

 

▲ 신시청사(1874년 1차 완공, 1909년 최종 완공)

 

 

드디어 뮌헨의 중심, 마리엔 광장에 이르렀다.

마리엔 광장에서 제일 먼저 찾아야 할 것은 시청이다. 두 개의 시청이 자리하고 있는 마리엔 광장.

 

마리엔 광장에 들어서 화려하고, 멋지고, 웅장하고, 환상적인 신시청사가 위용을 드러내고, 의지와 상관없이 모든 시선은 그 모습에 사로잡히게 된다. 당연히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 구시청사(1474년)

 

 

신시청사의 화려함에 또 하나의 시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시청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지만 400년 동안 뮌헨의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유서깊은 곳이다. 구시청사의 탑은 현재 장난감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 신시청사의 초기형태(1874년)

 

 

▲ 추가된 신시청사(1909년)

 

 

불과 60년 사이에 인구가 세 배로 늘어나면서 구시청사 만으로는 업무수행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신시청사를 지었지만 그것으로도 역부족이었다. 15년 만에 재공사에 들어가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15년의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신시청사 첨탑꼭대기에는 이름없는 꼬마 수도승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작은 수도승(Mönchen)이 지역의 이름(münchen)이 되면서 왕, 종교적 지도자 보다 높은 곳에 올랐다.

 

 

 

 

오후 5시, 종탑의 공연이 시작됐다. 원래 오전 11시에만 열리는 공연이었지만 여름동안 특별히 5시 공연이 한번 더 열린단다. 운이 좋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43개의 종이 울리면 빌헬름 5세의 결혼식이 재현되고, 결혼식을 축하하는 마상시합이 열린다. 당연 뮌헨의 승리다. 연이어 민속무용단의 신명난 춤판이 벌어진다. '통장이 춤'이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뒤 상심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우기 위해 당시 수공업자들인 통장이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춘 것에서 유래했단다.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더듬어보니 하루 전, 레스토랑의 장식에서 봤었다. 요즘도 겨울이면 이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데 7년마다 열리는 춤판이라 만나는 것이 그리 쉬울 것 같진 않다.

 

 

 

▲ 통장이 춤

 

 

 

 

 

시청사의 시계 공연이 아니더라도 마리엔 광장은 충분히 매력있는 곳이다. 다양한 모습을 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예술가들의 공연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내게는 더욱 강하게 각인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순간, 독일과 함께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독일의 도시 하이델베르크를 포기하고 이곳에 올만큼 기대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경기도 아니고, 독일이 우승한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채웠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한국의 길거리 응원처럼 대대적이고 거대한 응원은 아니었지만 마리엔 광장 곳곳에서 무리지어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역시 결승전을 제대로 보기 위해 브로이 하우스 한 곳을 선점했고, 그 곳에서 전후반 90분의 경기를 관람했다. 그 때 뮌헨의 분위기로는 아르헨티나는 공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완패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재미없게 경기가 흘러가는게 아닌가. 하지만 연장전이 시작되고 분위기는 급반전되었고, 뮌헨의 모든 사람들은 마리엔 광장으로 밀려들어 왔다.

 

 

 

 

 

 

2002년 월드컵의 기억이 고스란히 살아났다.

질서정연했던 독일의 한 도시는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독일인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 순간 만큼은 모두가 독일이었고, 한 마음으로 승리를 축하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래서 스포츠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그날의 기억에 빠져 있는 내게 정신을 차리라는 듯 한바탕 비가 쏟아진다.

 

 

 

 

그리고 조심스레 얼굴을 내민 커다란 무지개.

이러니 내게 뮌헨은 잊을 수 없는 곳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너를 어찌 잊을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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