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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독일(Germany)

반나절에 둘러보는 옛 동독 대표도시, 드레스덴(Dres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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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과 첫 인사를 나누고, 쾰른, 뮌헨, 아우크스부르크를 지나 드레스덴에 다다랐다.

드레스덴은 지금까지 거쳐왔던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지닌 도시였다. 깔끔하게 정리된 신도시 같으면서도 정리되지 않은 어수선함이 있고, 세련된듯 하지만 여기저기서 촌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드레스덴은 가장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꼭 다시 한번 찾아오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

 

 

 

 

 

유럽의 낡고 오래됨,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항상 내 마음을 빼앗아 갔다.

하지만 독일은 좀 달랐다. 너무 번성했고, 현대적이면서 복잡한 이곳은 도착하는 도시마다 약간의 아쉬움을 쌓게 만들었다. 그에 비해 드레스덴은 그간 쌓여있었던 아쉬움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만큼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품었다.

 

 

 

 

 

 

이탈리아, 프랑스에선 그리 흔했던 거리의 악사들도 독일에선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면 바쁜 일정 탓에 이것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들의 아리아 만큼 내 마음을 훔치지 못했던 탓일 수도 있다.

자유로운 차림을 한 한쌍의 남녀가 만들어내는 울림은 상상 이상이었다. 야외 공연장을 방불케하는 그들의 노랫소리와 관람객들의 환호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마지막 곡입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도 끊임없는 박수와 환호 때문에 그들은 이 자리를 차마 떠나지 못했다.

 

 

 

 

 

그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던 곳은 성모교회(Frauenkirche Dresden) 앞 광장이다. 웅장한 위용을 가진 성모교회는 개신교 교회이다. 개신교회에 '성모교회'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이유는 뭘까?

 

이 교회가 지어진 때가 11세기 경이었다니 아마도 지어진 당시에는 가톨릭교회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개혁이 진행되면서 개신교회로 바뀌었고,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그 이름을 계속해서 유지해온 듯 하다. 홈페이지에 "Thus, a "Frauenkirche" is a church that has been or is consecrated in honour of the Virgin Mary."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아 성모(명예)에 봉헌된 교회인 것은 분명한 듯 하다.

 

 

 

 

▲ 1945년 폭격받은 Frauenkirche(*출처: https://13februar.dresden.de/de/historie/1945.php)

 

 

 

 

 

그 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재건된 건물의 모습이다.

사실 드레스덴이라는 도시는 2차 대전 당시 완전히 무너진 곳이라해도 무방할만큼 초토화된 도시다. 연합군이 이틀간 밤낮 없이 폭격을 퍼부어 자그마치 2만 5천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으로 최근까지도 재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모교회는 뼈대로 남은 몇 개의 기둥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부서졌는데 지금은 남아있는 벽을 보존하면서 새롭게 재건되었다. 그래서 하얀 벽면이 있는가하면 또 한쪽은 까맣게 그으른 벽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교회 건물 앞에는 무너진 벽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몇 가지 이야기를 새겨 놓았다.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기억하는 그들의 방식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도시의 대부분이 새롭게 만들어졌지만 2차 대전 후 동독에 속했던 탓에 서독의 다른 도시들보다는 발달이 더뎠다.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태어났지만 천천히 흘러가는 드레스덴의 시계 덕분에 독특한 매력을 품게되었다.

 

 

 

 

 

 

 

브륄의 테라스는 엘베강을 따라 이어진 풍광을 바라보는데는 최적의 장소다. 테라스에 걸터앉아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모네, 고흐의 명작이 부럽지 않다. 그런걸 보면 브륄의 테라스와 연결된 미술 대학은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추었다. 예술적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이곳을 거닐며 온 몸의 세포를 자극하면 더 없이 멋진 작품이 태어날 수 있을 듯 하다.

 

 

 

 

 

 

드레스덴의 주요 관광지는 극장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광장을 중앙에 두고 대성당(카테드랄), 오페라하우스, 츠빙거 궁전, 드레스덴성, 군주의 행렬 벽화가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다. 100m나 되는 행렬의 벽화는 자기타일로 만들어졌다는데 어두운 밤에 지나가서 자세히 보진 못했다. 다음 기회에...

 

 

 

 

 

 

▲ 노이마르크트 광장(성모교회 뒷편)

 

 

 

 

 

 

 

땅거미가 진 드레스덴의 풍경도 화려하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라지만 구시가지에서 보는 노을도 빠지지 않는다.

반나절만에 드레스덴을 훑어봐야하니 아쉬움이 크지만 지금까지 봤던 서독의 도시들과 다른 느낌은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드레스덴의 최고 매력은 다른 도시보다 낮은 물가! 먹거리며 기념품이며 생각보다 저렴한 물가에 조금은 넉넉하게 보내도 될 듯 하다.

 

 

 

▲ 옛 동독의 신호등

 

짧게 둘러보고 마무리한 여행이라서 그런지 드레스덴에서의 일정은 지금껏 푸른 신호등이다.

푸른 신호등이 꺼지기 전 꼭 한번 더 다녀오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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