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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간사이(関西)

꽃비 내리는 교토를 산책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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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을 배경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무리..

그들을 흔들어대며 억지인사를 건네게 만드는 봄바람에 고마워하며 교토를 거닐 수 있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봄 같지 않던 날씨는 나를 따라 교토까지 왔나보다. 심술궂은 날씨를 탓했지만 이내 봄비를 친구삼아 옛골목을 사부자기 걷기 시작했다.

 

 

 

 

 

여행을 계획한 것은 오래 전이었지만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도발이었기 때문에 준비한 것은 하늘길과 잠잘 곳이 고작이었다.

그 이상의 기대와 설렘을 가진다는 건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겨우 비행기에서야 책을 펼쳐들고 고민하던 끝에 교토의 색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기온을 교토여행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이렇게 멋진 풍경 앞에선 날씨에 대한 원망도 비와 함께 씻겨져 나갔다. 드디어 내 몸에서도 여행모드가 작동된 것이다.

 

 

 

 

 

 

 

 

봄이라는 아름다운 계절을 가장 행복하게 채워나가는 사람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인 것 같다.

하나미코지에선 기모노 입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웨딩촬영이다. 궂은 날씨도 그들을 막을 순 없다.

감사하게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흐뭇함과 넉넉함으로 가득하게 만든다.

 

 

 

 

 

 

전통적 목조건물과 벚꽃의 어울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곳저곳 뛰어다닌다고 정신없다. 하나미코지는 진정 벚꽃길의 진수인듯 하다.

 

 

 

 

 

 

 

 

 

 

 

 

 

매년 벚꽃을 보는데도 어찌 이리 설렐까.

생각해보건데 일본에서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벚나무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흔히 우리가 벚꽃이라하면 5-6장 정도의 하얀 꽃잎이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벚꽃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곳에서 만난 벚꽃은 흰색과 분홍색,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잎을 가진 꽃과 그렇지 않은 꽃, 가지끝이 땅을 향하고 있는 수양 벚꽃 등 무척이나 다양한 종류의 꽃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매년 보는 벚꽃인데도 요상하게 마음이 흔들리나 보다.

 

 

 

 

 

이번 여행은 내내 비와 함께 했다. 그래도 아~주 드물게 햇살이 얼굴을 내밀면 "이때다!" 하고 마구 사진을 찍어댄다.

처음부터 바랬던 푸른하늘은 고사하고, 비만 내리지 않아도 크게 감사하겠다며 전에 없던 겸손한 마음을 내비친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란... ^^

 

 

 

 

 

하나미코지가 일본 전통적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꽃길었다면 '철학의 길'은 좀더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꽃길이었다.

1.8km의 짧지 않은 길 전체가 각양각색의 꽃나무로 이어져 특별한 목적없이도 즐겁게 거닐 수 있는 곳이다. 벚꽃이 만발한 최고의 시기는 조금 넘어선 것 같지만 꽃비가 내린 이곳의 풍경도 환상적이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이러다 살랑이는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면 "아~"하는 감탄이 여기서기서 쏟아져나온다.

 

 

 

 

 

철학의 길을 거닐다보면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관조해야 할 철학자들을 유혹하는 손길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하긴, 철학자라면 응당 이런 유혹의 손길쯤이야 큰 어려움 없이 뿌리칠 수 있었겠지.

 

철학자가 아닌 나는 그런 유혹의 손길에 고민없이 응답한다. ^^;

 

 

 

 

 

'교토의 얼굴'이라 하면 너무 과장이 심한 건가? 내가 넘어간 유혹의 손길은 예쁘장하면서도 새침한 표정의 교토 여인이다.

교토에서 시작해 일본에서도 꽤 유명해진 '요지야(よーじや)'는 화장품으로 시작해 지금은 작은 소품들과 카페까지 확장했다. 철학의 길에 있는 요지야는 소품 매장보다 카페로 더 인기를 끄는 듯 하다. 소품 매장은 그저 눈요기 정도~?

 

 

 

 

 

2층의 일본 전통가옥으로 만들어진 카페는 교토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어서인지 여행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여행자가 몰리는 시기라서 그런지 이곳을 즐기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그런 부담스러움을 감수하고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라면 먹기 위해 기다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행이기에 안하던 짓도 한번 해본다.

 

 

 

 

 

요지야의 성공은 디자인의 성공인 것 같다.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눈길을 끄는 묘한 매력을 지닌 요지야 캐릭터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음을 훔친다.

 

 

 

 

 

그 매력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차에 그려진 요지야의 얼굴이다.

철학의 길에 있는 요지야 카페에선 녹차 카푸치노 밖에 없었지만 다른 곳에선 커피 카푸치노도 판매하는 듯 하다. 평소 맑은 녹차야 물 먹듯 마시기도 하지만 말차는 가루가 부담스러워 즐겨먹진 않는데 이곳에서 마시는 녹차 카푸치노는 자꾸자꾸 먹고 싶을 만큼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달짝한 녹차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하다. 시간도, 기다림도... 이것으로 충분하다 싶다.

 

 

 

 

요지야 카페는 같은 배경을 두고 있지만 1층과 2층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조금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면 2층이 더 좋을 것 같고, 정원을 바라보며 사색과 함께 차를 즐기고 싶다면 1층이 더 좋을 것 같다.

 

요지야와의 헤어짐이 아쉽다면 한 명 데리고 와도 좋을 듯~ 간사이 공항에도 매장이 있다길래 그냥 나왔는데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여기서의 작별이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뭐~ 괜찮다. 또 만날 수 있을테니...

사실,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게 망설임에 한 몫했다. ^^

 

 

 

 

벚꽃의 흩날림과 함께한 교토산책~ 짧기에 더 짙은 향기를 남긴 소중한 시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교토라 더 반갑고 더 이상적이었다. 앞으로 교토는... 자꾸만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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