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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 이야기(Asia)/캄보디아(Cambodia)

두번째로 묻혀버리기엔 아까운 앙코르 유적들(타 프롬 사원 & 바이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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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크기의 앙코르 사원들을 모두 돌아볼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앙코르와트만 보고 돌아갈 순 없다. 이럴 땐 패키지 여행이 상당히 유리한 듯 하다. 핵심적인 볼거리들을 콕콕 집어 주니 말이다.

 

오전 앙코르와트 투어를 마치고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유적들 가운데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타 프롬 사원과 바이욘 사원을 찾아간다.

 

 

 

 

 

붉은 황톳길을 달리는 것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 손짓도 나누어볼까 했는데 툭툭이 뒤에선 연신 날아오는 매연으로 마스크가 없인 숨쉬기도 힘이 들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자리잡은 작은 휴게소가 있어 눈요기는 할 수 있었다. 물론 팔고 있는 물건의 대부분은 앙코르 무늬가 화려한 바지, 티셔츠였고, 먹을 것은 물과 음료수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래도 좋다!

 

 

세월이 삼킨 어머니의 사원, 타 프롬(Ta Prohm)사원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위해 세웠다는 타 프롬 사원 입구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 나무들이 사원을 수호하고 있다. 마치 자야바르만 7세의 사모곡이 조금씩 쌓여 나무를 키운 것 처럼 말이다. 하늘에 닿을 그날을 기다리며...

 

 

 

 

 

지금은 사원인지, 무덤인지, 폐허인지 가늠이 안가는 모습이지만 꽤나 유명한 앙코르 유적이 됐다. 그러고 보면 매체의 영향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된 후 엄청난 인파를 불러모았다. 그래서인지 타 프롬 사원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수식어는 '툼레이더 사원'이 되었다.

 

 

 

 

 

타 프롬 사원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건물을 집어삼킨 스펑나무들이다. 자꾸자꾸 보다보니 나무가 돌사원을 삼킨 것인지, 돌사원이 나무의 터를 마련해준 것인지 가늠이 안갈만큼 서로 심하게 엉켜있다.

 

타 프롬 사원의 스펑나무들은 새의 배설물에 남아있는 작은 씨앗으로 시작되었다. 세월의 역경을 견뎌온 기특한 나무일텐데 사원에서는 그리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크는 탓에 지금은 성장 억제제를 맞으며 목숨줄을 이어가고 있다. 나무도 안타깝고, 사원도 안타깝고... 하지만 안타까움과는 상관없이 사원의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다.

 

 

 

 

사람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는 포인트인지라 한참을 기다려 사진을 찍는다. 웬만한 광각렌즈로도 다 담기 힘들만큼 큰 키다. 그러니 그 무게야 말해 뭐하겠는가.

 

 

 

 

 

 

타 프롬 사원을 떠올릴 수 있는 다른 이름을 붙이라면 나는 기꺼이 '압살라 사원'이라 붙이고 싶다.

앙코르와트에서도 압살라 조각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타 프롬 사원의 압살라는 이상하리만큼 내 가슴에 와 닿는다.

 

실제로 타 프롬 사원에는 '무희의 전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과거에는 600명이 넘는 무희들이 이곳에서 춤을 췄다고 한다.

 

 

 

 

사진이 흔들려 제대로 나오진 못했지만...

사원에 있는 압살라 부조 중 최고 압권이다.

 

 

 

 

 

 

작은 바위틈을 삐집고 들어가 제 자리인양 터전을 잡은 스펑나무들.

 

많은 곳에서 재건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타 프롬 사원에서는 자연스레 일체(一體)가 된 나무와 사원을 인위적으로 분리할 수 없어(위험부담이 크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장 억제제가 그나마 이들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인지 "언젠가는 무너져 버릴" 사원이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떠도는 듯 하다. 바닥에 흩어진 사원의 잔재를 밟고 다니다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 통곡의 방

 

 

 

▲ 보석의 방

 

 

타 프롬 사원에는 2개의 특별한 방이 있다.

첫번째가 '통곡의 방'으로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떠올리며 통곡하던 곳이다.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는데 천정이 뚫려있음에도 묘하게도 그 소리가 밖으로 전혀 새나가지 않는단다. 만약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곳이 적격일 듯 하다.

두번째는 '보석의 방'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휘황찬란한 보석들로 치장하고 이곳에 어머니를 모셨다. 돌마다 새겨진 구멍에 루비, 사파이어 등등의 보석이 박혀 있었단다. 이를 보고 효자구나 하는 사람도 있고, 전쟁으로 찬탈한 왕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산물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쩄든 타 프롬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며 지은 사원이다. 어머니를 위해 화성행궁을 짓고, 불편함이 없는지 헤아렸던 정조대왕이 떠오르지만 타 프롬 사원은 이미 죽은 어머니를 기리는 곳이라 조금은 다른 느낌을 준다.

 

 

 

 

 

타 프롬 사원을 둘러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말한다.

"어떤 것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다!"

불변의 진리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잊고 사는 나... 타 프롬 사원에서 잊었던 진리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

 

 

 

 

▲ 코끼리 테라스

 

 

타 프롬 사원을 둘러보고 찾아가는 곳은 앙코르 톰(Angkor Thom)이라 불리는 고대 도시, 그 가운데서도 국가사원이었던 바이욘 사원이다.

바이욘 사원으로 가는 길에선 크고 작은 왕실의 건물들과 마주친다.

 

코끼리 테라스는 국왕이 사열했던 곳으로 목조건물은 사라지고 건물을 받치고 있던 테라스만 남았다. 이름처럼 테라스 벽면에는 실물크기와 맞먹는 코끼리 부조가 장식되어 있다. 당시 코끼리는 이동 수단이자 중요한 전투 수단이었다. 그러니 코끼리를 새겨놓았다는 말은 그만큼 강력한 왕권을 기대하는 것이기도 할테다.

 

 

세상의 모든 미소, 바이욘(Bayon) 사원

 

 

 

 

 

 

드디어 바이욘 사원이다. 바이욘 사원은 앙코르 톰의 가장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해자로 둘러싸인 앙코르 톰은 인공위성에서도 관찰될 만큼 큰 규모라 한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 돌 무더기로 남아있지만 당시엔 LA에 버금갈 만큼 큰 도시였단다. 그리고 바이욘 사원은 앙코르 톰 중에서도 국왕을 상징하는 국가 사원이다. 이곳에서 국왕은 신에 견줄만큼 신성하고 대단한 숭배의 대상이다. 

 

 

 

 

 

이곳 역시 입구에선 압살라 부조가 새겨져 있다. 좀 더 역동적인 춤사위가 인상적이다.

 

 

 

 

 

바이욘 사원은 국가 사원으로 자야바르만 7세가 앙코르와트를 설립하게 된 과정을 벽화로 묘사하고 있다. 어찌보면 건국신화와 견줄만큼 대단한 이야기인데 그 보다 더 바이욘 사원을 대표하는 것은 3층에 있는 사면상이다. 심지어는 앙코르와트 다음으로 앙코르사원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꼽히기도 한다. 이곳을 둘러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이욘 사원의 3층부에는 37개의 사면상이 남아 있다. 불교사원인지라 부처의 얼굴인가 했는데 이곳을 세운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천상계에 있는 국왕의 얼굴이라... 아마도 자신의 이미지를 신격화하기 위한 작업이라 생각된다.

 

인자로운 미소를 지닌 왕!

 

신기하게도 멀리서 볼 때는 그냥 돌탑이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사람의 얼굴이다. 더 특이한 것은 이곳의 사면상 얼굴이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술이 두꺼운 사람, 눈을 감거나 뜨고 있는 사람, 입꼬리가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 눈꼬리가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 등... 언뜻 같은 미소인듯 보이면서도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표정이다. 그런데 이 표정을 계속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빠져든다. 돌아와서도 잊혀지지 않는 얼굴들이다.

 

 

 

 

바이욘 사원도 원래 모습에 비해 많이 훼손되었다. 아마도 이 돌들은 복원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이리라.

앙코르와트에 비해 앙코르 톰의 상태가 더 나빠 보이는데 그 이유는 건물에 사용된 사암의 질 때문이란다. 앙코르와트는 최고의 사원을 만들기 위해 최고로 좋은 사암만을 선별해서 만들었고, 앙코르와트를 건설하는데 너무나 많은 사암을 사용한 나머지 이후 건물들은 불순물이 다소 함유된 사암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시간이 흐른 뒤 이곳을 찾는다면 이 돌무더기들이 다 제자리를 찾아간 뒤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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