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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이야기(Korea)/가톨릭성지(Catholic place)

[미리내] 한국의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작은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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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 성지 입구>


분당에 결혼식이 있어 가는 길에 잠시 들렀던 미리내 성지.
어디를 가든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가긴 힘드니 간김에 꼭 한 곳은 드르고 오자는게 신조다. 결혼식 시간에 맞추려니 거기에 맞게 장소를 정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오래 전부터 입에서만 맴돌았던 미리내를 그냥 찍고 온다해도 한번 들러보자는 생각으로 미리내로 향했다.

미리내 성지의 ’미리내’는 은하수(銀河水)의 순수 우리말로서 시궁산(時宮山 515m, 神仙峰으로도 전해짐)과 쌍령산 중심부의 깊은 골에 자리하고 있다.
골짜기 따라 흐르는 실개천 주위에, 박해를 피해 숨어 들어와 점점이 흩어져 살던 천주 교우들의 집에서 흘러나온 호롱불빛과 밤하늘의 별빛이 맑은 시냇물과 어우러져 보석처럼 비추이고, 그것이 마치 밤하늘 별들이 성군(星群)을 이룬 은하수(우리말 ‘미리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아름다운 우리의 옛 지명이다.

 

<<미리내 안내도: 미리내성지 홈페이지>


입구에 장식된 구유가 때에 맞지 않는단 생각도 들지만 오히려 이 모습 덕분에 성지에 들어가기 전 마음가짐을 다시할 수 있게 된다. 입구가 두 갈래길로 나눠져 있는데 산책겸 순례겸으로 한다면야 모두 다 둘러보면 좋겠지만 촉박한 시간에 맞추려면 성지만 둘러보기에도 역부족이다. 그래서 먼저 성당으로 향한다.

저 멀리에 보이는 성당의 지붕이 예사 크기가 아닌 듯 보인다. 숲 속에 우뚝 솟은 콘크리트 건물이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웅장함에선 놀랍기만 하다.

 

<성지 주변에 있는 로사리오, 십자가의 길>


성지 입구에서 성당을 지나 김대건 신부님이 계시는 경당까지 로사리오와 십자가의 길을 할 수 있도록 각 포인트를 표시해 두었다. 대부분의 성지가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늘 새롭게 다가온다. 제주도 이시돌의 규모와 사실성을 담은 조각에 이미 놀랐기에 이곳이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혹 나오는 리얼한 표정에 허를 찔린 듯 놀라게 된다.

<묵주기도>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고통의 신비 제3단("우리를 위해 가시관 쓰심을 묵상")인 것 같다. 그런데 간사한 저들의 표정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어쩌면 나의 간사함이 그들에게 투사되어 분노로 나타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근데 이런 생각도 잠시라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103위 순교자 기념 성당>


103위 순교자에게 봉헌된 성당으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물론 시내에 있는 성당들에 비하자면 그리 큰 규모라 할 수 없지만 본당에 소속된 신자들이 없는 곳으로는 꽤 큰 규모가 아닌가 싶다. 새것처럼 깔끔하긴 하지만 너무 큰 규모라서인지 그다지 정스럽진 않다. 물론 내 맘이다.


종탑이 너무 높아 땅에서 천정까지 한번에 담기가 힘들다. 지하까지 있으니...


<성당 내부>


성당 내부로 들어가니 곧 미사가 있을 모양이다(미리내 성지에는 매일 11시 30분에 미사가 있다). 순례객들이 모여 준비를 하고 있다. 성당을 모두 둘러보고 싶긴 하고, 미사를 참여할 시간은 없고... 이럴땐 참 고민스럽다. 어쩔 수 없이 철딱서니 없는 구경꾼인 마냥 성당을 둘러보고 나온다.


성당 중앙문 위에 있는 모자이크 너무 맘에 들어 찍어왔는데 미사가 시작되는 바람에 맘이 급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볼 땐 아주 멋있었는데. 이 사진 찍고 나온다고 동생한테 한 소리 들었다. ^^; 미사하려는데 그런다고..


성당 2층에는 순교장면과 박해장면을 모형으로 꾸며 놓았다. 살짝 올라가서 봤는데 잔인한 모형들도 적지 않다.

<박해를 표현한 모형>


이런걸 볼 때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너무 자극적인 것들이 될 수 있겠지만 요즘 얘들은 감각적인 것들이 주어지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주일학교 학생들 데리고 와서 여기서 캠프하면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신앙심도 다시 되새겨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근데 거리가 너무 멀긴 하다. 그리고 바쁜 요즘 아이들에게 내 생각은 내가 가진 욕심일 거란 생각도 든다.



<김대건 신부님 경당>


성당을 나와 조금 더 올라가 보면 김대건 신부님이 모셔진 경당이 있다. 혹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103위 기념성당만 드르고 갈 것이 아니라 꼭 경당까지 올라와야 한다. 우리도 시간이 없어 돌아가려 했지만 그래도... 하는 생각에 올라왔는데 안왔음 성지에 왔단 말도 못할 뻔 했다.

<경당 내부>


경당내부에는 신부님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성김대건 성당>은 김대건 신부님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그 분의 모습을 닮아 살아가고자 하는 맘을 담아 신앙생활을 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우리 성당에도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예전엔 성당에 모셔져 있었는데 도난 등의 문제로 지금은 본당의 귀한 곳에 보관되고 있단다. 처음엔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는데 매일 보다보니 그것도 희미해졌다. 이곳에서 다시 신부님을 만나니 그 때의 경험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역시 사람 맘이 문제다.


<김대건 신부님 묘지>


이곳에서 이렇게 신부님을 만날지 몰랐다. 미리내를 간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째 김대건 신부님 생각을 안했을까. 물론 그랬기에 더 큰 감동이긴 하지만. ^^
이곳에 와서 만난 해설사 할아버지는 너무나 친절하게 유래와 의미, 시대적 상황 등을 설명해주시는데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이런 곳에선 꼭 설명을 들어야한다는 다짐까지 하고 올 정도였다.

어렵게 어렵게 서품을 받고 단 1년 사제생활을 하고 주님의 곁으로 가야했던 젊은 한 사제가 홀씨되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교회공동체를 이루게 되었다. 죄인이 사형을 당하고 3일이 지나면 시신을 가져가도록 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새남터에서 돌아가신 신부님의 유해는 남아있는 신자들에게 또는 백성들에게 표본으로 보이기 위해 삼엄한 감시를 두고 지켰다고 한다. 한달이 넘게 지나서야 겨우 17세 젊은 청년 이민식(빈첸시오)가 시신을 수습해 서울에서 이곳까지 모셔왔다고 한다. 당시 이곳은 그의 가족들이 묻힌 선산이었다고 한다. 그의 용기와 결단력에 너무 감동했다.

이곳에는 신부님 외에도 이윤일 요한 신부님이 묻혔던 터(유해는 현재 대구 관덕정에 모셔져 있다)와 3대 조선교구장이었던 페레올 주교님이 함께 묻혀있기도 하다. 또한 김대건 신부님의 어머니와 신부님을 이곳으로 모셔온 이민식(빈첸시오)가 묻혀있기도 하다. 김대건 신부님 옆에 모셔진 분이 페레올 주교님이다. "순교자 옆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셨다는데 그 유언에 따라 이곳에 묻히게 되셨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님 어머니 고 우술라와 이민식 빈첸시오 묘>

신부님 묘의 왼편에 모셔진 두 구의 묘지는 신부님의 어머니였던 고 우술라와 신부님을 이곳으로 모셔오고 미리내의 토대를 만든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가 있다. 안타깝게도 아들도 먼저 하늘로 보내고, 남편인 김제준 이냐시오(한국의 103위 성인 중 한분)도 하늘로 보냈으니 그 슬픔 어찌 말로 다할까. 그런데 어머니의 삶도 그리 평탄치 못했다고 한다.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길가에 버려진 거지로 18년을 사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머니를 이곳에 모신 것도 빈첸시오 아저씨라고 하니 그 분은 분명 하늘의 별이 되셨을 게다.
빈첸시오 아저씨는 사제가 되기를 바랬지만 그러진 못했고, 혼자의 몸으로 신앙을 지키며 신부님의 가족을 보살폈다고 한다. 사제는 아니었지만 그 보다 더 깊은 마음으로 92년의 삶을 마감했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16명의 무명 순교자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고딕양식의 작은 성당이 너무 아름답다. 거대한 103위 기념 성당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이곳에 반했다.


<성당과 성모당>

끝까지 설명을 듣고 급하게 내려오다 보니 성당 옆에 작은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성모당이다. 아직 완전히 갖추어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한국적인 미를 담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푸른 타일로 만들어진 모자이크가 인상적인 성모당이다. 아직 다 갖춰지지 않아 미완성이지만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면 아주 멋진 곳이 될 것 같았다. 의자나 십자고상, 성모상 등을 아직 구비하지 못해 봉헌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미리내 성지로 연락해 보시길...

 

약식이지만 순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의 나와는 조금은 다른 나이다. 또 언제 그 마음이 바뀔진 모르지만 지금은 이전보다는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며 내려온다. 휴일,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나와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저 꼬마녀석에게 오늘의 경험이 따뜻한 사랑으로 남아 무럭무럭 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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