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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도호쿠(東北)

[후쿠시마] 라멘 라면 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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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기타카타의 마을풍경이다. 너무나 많은 곳들이 설명이 되어있어 맛좋은 라면집을 고르는 것이 쉽지가 않다. 라면을 먹기 위해 지도를 펼쳐들고 찾아가리라는 상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데, 이런 경험도 나름 매력있는 것 같다. 이 짧은 여정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라면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더 이상 라면은 인스턴스 식품의 대표라 할 수 없을 듯 하다. 


일본인들의 나무에 대한 사랑은 정말이지 지극한 것 같다.
눈이 많이 오는 지방이라서인지 저렇게 삼각뿔 모양의 뼈대를 만들어 둘러싸고 있다.


기타카타 역 근처에 있는 라멘집들이다. 일본 잡지책들에 소개된 집들이라 한번 찍어봤다.
기타카타의 소박한 특징을 살펴 작고 아담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여는 곳들도 많으니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라멘지도>

기타카타 라멘은 삿포르 라멘, 하카타 라멘과 함께 일본 3대 라면의 하나로 손꼽힌다. 기타카타는 인구 3만여명에 라멘집 120곳 이상이 되어 인구대비 라멘집 수가 많은 것으로도 일본에서 유명하다. 포장마차를 통해 생겨난 기타카타 라멘이 점점 확장되어 라멘집들이 생겨났고, 1975년 경부터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 일본 내에서도 지도를 가지고 라멘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되었다. 아침식사로 라멘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라멘이 인기이긴 한가보다. 우리는 저기 표시(ㅁ)되어 있는 라멘집으로 향하기로 했다. 왜? 그 곳만의 특징이 있으니까. ^^


라멘지도에는 단순하게 지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도에 번호로 표시되어 원하는 곳을 찍으면 그 곳의 전화번호, 정확한 위치, 그곳 요리의 특색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사실 지도가 아니라 라멘전문 mini book이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안내서가 라멘을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지도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타카타 역에 친절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목적지를 찾았으니 다음 일은 열심히 찾아가는 것이다.

 
약간 다른 분위기의 건물이 있어 들여다보니 가톨릭 성당이다. 일본에서, 그것도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성당을 만났다는 것이 믿기진 않지만 뭐... 고정관념은 사람들의 시각을 너무나 편협하게 만든다.


저들이 메고 있는 가방이 너무 재미있다. 아니, 가방이 아니라 가방에 달려있는 인형들이 재미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가방 크기와 비슷한 인형들을 줄줄이 매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보통 포인트로 한 두개를 달고 있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많은 것들을 달고 다니다니... 정말 그들의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지대하다.


붉은 색으로 래몽(来夢)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이다. 라멘지도를 보고 고심끝에 찾아낸 곳. 사실 내가 고심했다기 보다는 함께한 언니가 요리조리 꼼꼼하게 살핀 뒤 '이곳이다'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찾게된 곳이다. 이곳을 향한 우리의 소감은? Good Choice~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문을 들어서면 우리는 일본 라멘의 전설 중 하나인 기타카타 라멘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츠루가성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좀 걸려 점심 때를 놓쳐서인지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이 뱃속이 한꺼번에 스르륵~ 줄어드는 것 같다.


요리의 산실인 주방. 근데 저 주방장 아저씨 꽤나 수줍음을 타시는 것 같다.
괜히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싸인 모음이다. 일본 내에선 유명한 사람들일테지.
나도 하나 해 주고 올걸 그랬나? ㅋㅋ
창문 위를 장식하고 있는 싸인들은 이 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도 하다.


기인열전이라고 해야하나? 이렇게 큰 그릇에 라멘을 준단다.
단, 하루에 한명! 한정메뉴이다.
음~~~ 이 한 그릇을 다 먹으려면...
이것을 먹은 사람들의 모습이 한쪽 벽에 장식되어 있는데 의외로 여자도 몇 명 된다.
나도 먹는 걸로는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데...


일단 한번 맛보고 맘에 들면 집에서도 기타카타 라멘을 맛볼 수 있다. 한켠에서 이렇게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먹은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래몽의 특선메뉴 직화구이 라멘>

<기타카타 라멘>

기타카타 라멘은 쇼유라멘이다. 국물맛을 간장으로 내는 것을 쇼유라고 한다. 간장과 돼지뼈, 멸치, 각종 야채 등을 넣고 육수를 만든 다음 라멘을 끓여낸다. 기타카타 라멘의 특징은 굵고 꼬불꼬불한 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라멘들은 우리나라의 라면처럼 꼬불꼬불한 면이 흔치 않다. 하지만 기타카타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꼬불꼬불 면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의 라멘은 튀긴 면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스프 하나만으로 맛을 내지도 않는다. 각종 재료를 넣고 오랫동안 우려내어 국물을 만들고, 직접 반죽하여 뽑아낸 생면으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볼품없게(사실 내가 라면에 넣는 계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가지는 극히 개인적인 의견임) 계란을 휘~휘~ 저어 먹지도 않는다. 그들의 라멘에는 반숙도, 완숙도 아닌 오묘한 모양과 맛을 한 계란까지 들어있어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그리고 시원한 숙주나물까지... 그러니 이것을 어찌 한낱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에 비할까.

<일반적인 기타카타 라멘>

이건 간장과 버섯으로 국물맛을 낸 것 같다. 물론 다른 것들도 많이 들어있겠지만. 삼겹살 같기도 하고, 편육같기도 한 고기가 둥둥~ 떠 있는 모습도 새롭다. 맛은 더욱 더~. 그때 맘같아선 이 한그릇이 12첩 반상도 부럽지 않았다.


저 계란 색깔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 하나 내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숟가락이다. 장난감처럼 걸쳐있는 것이 너무 우습지만 괜찮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든다.


저기 저 꼬불한 면이 기타카타 라멘의 특징이다.


그냥 오면 섭섭할까 싶어 구운 만두도 하나 시켜봤다. 만두의 기본은 10개인데 여긴 6개인가 보다.


배를 채우고 나니 이것저것 주변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더니 움직임이 감지된다. 알고보니 시계에서 나는 소리다. 세상에, 점심식사를 4시에 하다니... 물론 그 전에 이미 그릇은 깨끗하게 다 비웠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음식물들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식사에 전념한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도 배를 채웠지않는가. 저 시계 정각이 되니 한바퀴를 뺑그르르 돈다. 꼭 마법을 부리는 것 같이, 저 사이로 뭔가 힘찬 기운이 나올 것만 같다.   ...   나 너무 허기졌었나 보다.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다니.


이제는 내가 래몽을 찾았다는 유일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이쑤시개. 다양한 색깔의 색종이로 친절하게 접어두었다. 기념으로 가져와 지금은 장식장 안에서 고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멘과의 만남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이전보다 훨씬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타카타 역으로 향한다. 똑같이 이 길을 지났었는데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풍경들도 보인다. 자전거 대여소인가? 동생은 불법주차한 자전거 모아둔 곳 같다고 하는데... 일본에선 자전거도 함부러 길에 세워두지 못한다. 정해진 장소에, 때로는 주차비를 지급하고 세워둬야 한다. 안그러면 주차위반으로 끌려간다. 하기야 자전거 등록제까지 있다고 하니 뭐 말 다한거지. 그런데 끌려간 자전거를 찾으러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왜냐면... 벌금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이 큰 크기의 코보시도 갈때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다.

"기타카타 라멘 어땠어? 괜찮지?"

그럼 나도 웃으며 답해줘야지. "쵝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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