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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일리 정원의 유료 화장실>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조금이라도 더 부여잡고 싶은 심정에 아직 보지 못한 곳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음이 발길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파리의 무수한 유료화장실을 거부해왔지만 결국엔 이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파리에서 사용한 유료 화장실이다. 유료와 무료의 구분, 청결 또는 시설의 우수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유료 화장실이고, 재수가 좋으면 무료 화장실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난 참 운이 좋은 여행자였다. 유럽의 많은 공공 화장실들이 유료인 까닭을 알고 싶다. 그 연유가 무엇인지, 어떤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화장실 사용료: 0.4유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시원한 트로피칼 슬러쉬>
걷다보니 목도 타고 먹거리가 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해서 시원한 슬러쉬 하나를 손에 들었다. 이 슬러쉬 하나에 3유로이다. 그래도 가뭄에 단비마냥 내 목을 축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시원스럽게, 유유히 저 멀리 보이는 오벨리스크를 향해 간다.
<콩코드 광장>
튀일리 공원의 문을 나서면 바로 콩코드 광장으로 이어진다. 첫날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헤맸던 곳이다. 그땐 어둠이 가득히 내려앉았고, 오가는 사람들은 없고, 지하철이 끊길 시간은 다 된것 같고... 그래서 이곳을 둘러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급한 마음으로 까칠하게 곤두서 있어 보지 못했던 모습이 이러했었구나' 하며 콩코드 광장을 둘러본다.
<광장 쪽에서 바라 본 튀일리 정원>
가보진 못했지만 국회의사당, 마들렌 사원도 보이고 튀일리 정원에 가려진 루브르 박물관 끄트머리도 보인다. 마들렌 사원은 파리에 있는 여느 성당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스 신전의 모습이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 듯도 하지만 그렇다고 어긋나 보이지도 않는다. 다름이 조화를 통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들렌 사원은 쇼팽의 장례식이 치뤄진 곳이라는데 그 당시 조문행렬이 오페라 가르니에까지 가득찼다고 한다.
<오벨리스크>
거대한 탑, 오벨리스크이다. 유럽에서도 꽤나 큰 광장으로 꼽히는 곳이라 하는데 그 중간에 오벨리스크가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가 이곳에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 섰던 왕족과 귀족들은 그들의 영광이 영원하리라 생각했었겠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걸 그땐 몰랐겠지. 세상 사람들이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 그 진리를 일깨울 수 있다면 우리 역사가 엄청 바뀌었을 텐데 말이다. 부부로 첫만남을 가져 결혼식을 한 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됐다니 그들의 운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단두대의 아픔이 지금은 화합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걸고 당당히 자랑스러운 시민의 광장으로 서있다.
높이 23m의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룩소르 람세스 신전에 있던 것을 1831년 옮겨왔다. 선물로 준 것이라는데 정말 선물인지는 모르겠다. 선물은 받는 이도 기쁘지만 주는 이도 큰 기쁨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정말 그러했을까?
죽기 전 마리앙투아네트가 시누에게 쓴 편지 중 일부
아이들에게 나의 이 편지에 의한 축복을 전해주세요. 아이들이 자란 뒤에 당신(시누이)을 만나 당신의 착한 마음씨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기 주장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곧은 심지를 가지고 신뢰하고 화합하면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가르쳐주세요. 딸은 연상이므로 누나로서 풍부한 경험과 아름다운 마음씨로 동생에게 충고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우정에서 우러나오는 염려와 봉사의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두 아이가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서로 도우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 행복이란 친구와 함께 그것을 나눌 수 있을 때 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훗날을 경계하기 위해서 되풀이하면, 우리들의 죽음에 복수할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 편지는 시누이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시누이는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또한 이 편지가 공개된 것도 20년이 지나서였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어떤 상황에 있던 마지막까지 가지고 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보다. 이 편지를 썼을 당시 어머니였던 마리앙투아네트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거워진다.
<샹젤리제로 향하는 길>
가로수의 모양이 독특하다. 나뭇잎들을 네모로 각지게 만들어 놓았다. ㅎㅎㅎ
<그랑팔레? 쁘띠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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