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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르코 광장>
베네치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말하라면 열이면 열, 산마르코 광장을 말할 것이다. 어둠이 내린 시간에도 산마르코 광장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강한 끌림이 있다. 사전지식없이 베네치아로 향한 내가 첫 발을 내딛은 곳도 산마르코 광장이다. 늦은 시간이면 보기 힘든 노점상들도 아직 남아있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있는 곳, 깊고 그윽한 커피의 향이 잔뜩 내려앉은 곳, 바로 이곳이다.
<카페 플로리안>
장사꾼들의 입에 발린 친절은 호기심을 가지게는 하지만 뿌리칠 수 없을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하지만 귓가를 간지르듯 슬며시 들어오는 음악소리와 코끝을 자극하는 그윽한 커피향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분주한 하루를 보낸 내게 이 두가지는 엄청난 유혹이다. 이탈리아에서 보낸 시간들 중 내게 많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것 중 하나가 맛있는 커피를 싸게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가장 짙은 향기를 가진 곳, 카페 플로리안으로 향했다.
<카페 플로리안의 테라스>
1720년에 문을 연 카페 플로리안은 30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베네치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당시 간판으로 내건 이름은 '승리를 자랑하는 베네치아'였으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카페 사장의 이름 플로리아노를 따라 '플로리안(꽃)'이라 불렀다.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외세에서 들어온 음료 커피에 흠뻑 빠지게 되면서 카페들도 셀수 없을만큼 많이 생겼지만 카페 플로리안의 명성을 따라오진 못했다. 역사의 중요한 순간 플로리안이 함께 했고, 예술가들의 혼을 불태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며, 높고 낮음의 차이가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교의 장이 되었던 카페였다. 베네치아의 중심에 플로리안이 서 있다.
<플로리안의 악사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가장 큰 공신은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이다. 카페 한쪽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엮어내고 있다. 이 선율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플로리안 메뉴판>
1720이 선명하게 찍힌 플로리안의 메뉴판도 인상적이지만 가격도 꽤 인상적이었다. ^^ 세계 최고의 카페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칭찬한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정도의 가격은 눈감고 넘길 수 있다 생각했다. 세계 최고라는데... but... 커피와 함께 나온 계산서를 보면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저 커피 한잔의 가격만 생각했었는데 계산서에는 커피값과 함께 음악연주비, 서비스가 함께 청구되어 나온 것이다. 아~ 서비스의 나라, 이탈리아인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근 20유로에 가까운 귀한 커피를 마시면서 지금껏 아낀 것들 여기서 다 토해냈다. ㅠ.ㅠ
오랜 역사동안 플로리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2년동안 베네치아에서 생활한 루소는 하루도 빠짐없이 플로리안을 찾았고, 이탈리아 기행을 통해 이탈리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은 괴테도 베네치아에 올때마다 플로리안을 찾았다. 산마르코 광장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칭한 나폴레옹도 이곳을 자주 찾았으며, 스탕달, 샤토 브리앙, 조르주 상드 등 많은 문인들도 플로리안에서 창작열의를 불태웠다. 아차~ 베네치아 최고의 유명인사, 카사노바를 빼놓아선 안되지. ㅎㅎ 지금도 베니스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많은 영화배우들과 관계자들이 플로리안을 찾는단다.
<플로리안의 카푸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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