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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
로마시대 기념비적인 건물 판테온이다.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그 많은 신들이 갈 곳을 잃었다. 지금은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판테온이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하니 본래의 색은 잃었지만 이대로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이다.
판테온은 기원전 27년 경 아그리파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서 대형화재가 났고, 100년이 지나 새로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많은 신들의 신전은 4세기 즈음 가톨릭 성당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단 다가오는 느낌은 성당 보다는 그리스 신전과 더 가까운 모습이다.
<판테온의 돔>
판테온에서 가장 미스테리하게 알려진 것이 돔이다. 판테온은 거대한 둥근 돔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다. 지금도 놀랍지만 아마 그 시대에도 특별한 건물양식이 아니었을까 싶다(사실 이런 건물들을 보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날이 발전되어 가는 것이 세상이치인데 이런 건물들을 보면 발전은 커녕 제자리도 못지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간혹 들 때가 있다). 이 돔을 따라 베드로 대성당의 돔도 만들어졌고, 다른 유수의 건물들도 판테온의 돔을 표방하는 곳이 많다고 하니 말이다. 피렌체 두오모의 돔도 그렇고 많은 건축물들이 돔을 올리는데 고민했던 것들을 떠올려본다면 가장 오래전에 지어졌을 판테온의 건축술이 대단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작은 구멍(보기엔 그렇지만 실제는 아니겠지? ^^)으로 비춰지는 한 줄기의 빛은 판테온 내부를 더욱 신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비가 와도 빗물이 새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목격자가 이야기하니 무슨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원래 금을 씌운 청동 기와로 만들어져 반짝반짝 빛났을 돔이 지금은 성 베드로성당의 발다키노에 청동을 빼앗겨 버리고 그저 과거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판테온 내부>
이렇게 넓은데도 가운데 기둥하나 없이 돔을 떠받들고 있다. 뻥~ 뚫려있어 한층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실제 높이로는 3층이라는데... 통층으로 된 건물에 가면 은근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천정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이었는데 그런 기둥들이 다 사라지니 속이 다 시원하다. 높이와 건물 둘레가 딱 들어맞는 특별한 건물이란다. 그런 설명을 듣고 있으면 머리가 띵~해지니 난 역시 단순한게 좋아~
<라파엘로 무덤>
판테온 내부에도 역사적인 인물들의 무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이탈리아를 통일시킨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가족묘(그와 부인, 아들)이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은 단연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따지고 본다면 우리나라 태조 이성계의 무덤과 단원, 혜원과 같은 예술가가 함께 묻힌 곳이란 말이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라파엘로는 유명하니까 가능하겠다 싶었는데 하늘이 내린다는 왕과 한낫 예술가 나부랭이(과거 예술가의 위치가...)가 한자리에 있다고하니 라파엘로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인물로 다가온다. 어찌됐건 왕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생전 라파엘로는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이곳에 모신 그의 제자들, 그가 이곳에 묻히는 것을 반대하지 않고 받아들인 로마 시민들, 모두 범상치 않은 사람들인 것 같다.
<외부 벽면>
겉 모양이 사라지기도 하고 희미해지기도 했지만 아직 이렇게 건재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 이곳 사람들은 역사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지난 과거이지만 역사를 알고 살아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살아가는 형태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로마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지 모르나 우리가 가진 역사도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닌양 치부해버리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로마는 로마시민들이 역사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한 영원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우리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과거의 중요함을 알아차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국민들이...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지나간다. 로마도 잠들고, 바티칸도 잠들고 모두가 잠든다. 나도... 또 다시 기억의 한페이지를 덮고 새로운 장을 펼쳐야 한다.
사람과의 이별도 아닌데...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 여행지와의 이별도 좀처럼 쉽지가 않다. 청승스럽게 미련이 많은 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이도 여행자를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의 마음 한자락을 잡고 놓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여행자는 뜯겨진 마음이 그곳에 있는지도 모르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늘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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