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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마을 이야기(Japan)/간토(關東)

쫀득한 면발을 자랑하는 도쿄의 우동 맛보는 법(세계최고 우동 三国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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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먹거리. 각종 양념으로 다양한 맛을 구현해내는 우리의 먹거리에 익숙해져 있다면 단백하다 못해 밍밍함까지 느껴질 수 있는 일본의 음식이 심심하다 느껴질 수 있지만 묘하게도 지나고 나면 강한 끌림을 가지는 것이 일본음식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우리의 대표 누들을 국수라 한다면 북한은 냉면, 이탈리아는 파스타, 베트남은 쌀국수... 이렇게 반사적으로 나오는 이름들이 있는데 일본은 우동, 라멘, 소바 등 너무  많은 이름들이 쏟아진다. 재료도 다양하고, 만들어내는 방법도 다양해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듯 하다. 그 동안 일본에서 라멘과 소바를 주로 먹으며 우동은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엔 우동기행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우동을 먹은 듯 하다.

 

 

유명한 맛집에서 우동 맛보기

 

 

▶ 신주쿠 三国一(さんごくいち, 산코쿠이찌)

 

 

 

호텔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신주쿠에 있는 우동집이다. 아침을 기내식으로 떼우고 나니 아무래도 공복감을 감출 수가 없다. 동생이 평소에 자주 찾던 곳이라며 우리를 데려간 곳은 <三国一(さんごくいち)>라는 우동집인데 한국여행자들 보다는 현지 일본인들과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 더 인기 있는 곳인듯 했다. 이름마저도 "세계 제일"이라는 의미인데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도쿄 최고의 맛이라 칭해진다고도 한다.

 

 

 

 

 

꽤나 알려진 맛집답게 1층에서 3층까지 건물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금연석인 1층은 여전히 만원! smoking area 밖에 없다는 사실이 조금 맘에 쓰이긴 했지만 다행히 손님이 별로 없어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삼국일 우동집은 신주쿠에서만 3곳의 체인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인기 우동집이다. 우동의 종류도 일반우동부터 까르보나라 우동, 스키야키 우동 등 듣도 보도 못한 우동의 컬렉션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삼국일의 대표 메뉴는 샐러드 우동. 그들 식으로 하면 サラダ うどん(사라다 우동)이 되겠다.

 

그래서 우리는 사라다 우동 중에서 몇 가지 종류를 시키고, 국물이 있는 우동과 소바처럼 먹을 수 있는 우동을 주문했다.

 

 

 

 

분식으로 간단하게 먹는 우동이라 생각했는데 종류별로 시켜놓고 보니 이렇게 푸짐한 한 상이 되었다. 골라먹는 재미라지만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내겐 종류가 많은 것도 고민이 된다. 하지만 행복한 고민이기에 거부하지 않는다는...

 

 

 

 

 

 

 

 

'시장이 반찬'이라고 어느 것 하나 맛없다 고백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정말이지 사라다 우동은 지금까지도 뇌리에 박혀 생각만으로 군침이 도는 음식이 되었다. 그 그리움에 한국에 와서 샐러드 우동을 한다는 곳을 찾아봤으나 흉내는 낼지언정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물론 샐러드야 소스만 잘 만들면 된다 생각하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임을 이곳에서 알았다.

 

 

 

 

삼국일에서 자랑하는 탱탱한 우동 면발!

일본에서 우동 맛집은 국물의 맛이나 소스의 맛보다는 'こし(코시)'라고 하는 '탄력'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코시를 좌우하는 건 밀가루 반죽부터 세심하게 살피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단다. 즉 첫 재료의 선정부터 반죽, 삶기 등 음식을 내놓기 까지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된단 말인 듯 하다.

일본 면발의 진수는 사누키 우동(무라카미 하루키도 극찬했다는...)이라고 하지만 삼국일의 탱탱한 면발도 내겐 행복을 준다. 도쿄를 다시 간다면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 가격은 800¥대~120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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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사(驛社)에서 우동 맛보기

 

 

 

 

하지만 어떨 땐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닌다는게 그림의 떡일 때가 있다. 특히 힘겹게 짧은 시간을 겨우 낼 수 있었던 여행자라면 오히려 먹는 것보다는 박물관이나 문화재, 건물 같은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여행의 취향은 모두 다른 것이니까. 그렇다고 굶고 다닐 수는 없는 일, 우리들도 바쁘게 오가는 그런 여정에서는 역의 한 귀퉁이에 있는 우동집을 찾기도 하지 않았나. 그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다.

 

 

 

 

 

일반 식당은 차분하게 정돈되어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역사(驛社)의 식당들은 '신속함'이 최고의 덕목이 된다. 우리네 분식집처럼 요것, 저것 골라서 접시에 담고, 우동에 올려지는 고명도 내가 고른다. 멋지게 나눠진 분업의 결과 지체됨은 허용되지 않는다. 주문과 동시에 펄펄 끓는 양동이에 우동면이 투척되고 늘었다 놨다 반복했던 손놀림은 어느새 고명 얹기까지 끝냈다. 넋을 놓고 그들의 손을 따라가다 보니 내 몫의 근사한 식사가 나온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바쁘게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있고, 동행자와 함께하는 사람도 있지만 먹는데 있어서도 신속함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담소를 나누며 여유롭고 먹고 있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으니까.

 

 

 

 

 

저렴한 가격에 비해 비주얼은 꽤 봐줄만 하다. 맛도 가격대비 괜찮은 편에 속한다. 일단 다양한 고명을 마음대로 얹어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든다. 우동으로 부족할 것 같으면 튀김이나 유부초밥을 곁들이면 배불리 먹을 수도 있다. 여름이니 만큼 시원한 냉우동으로 속을 진정시키니 다시 힘이 불끈 솟는다.

 

   ※ 가격은 300¥대~600¥대 

 

 

 

 

여행에서 먹는 것은 크게 가리지도 않고, 고려하지도 않는 편이지만 요즘은 그래도 하나 정도는 그 곳의 이름난 맛집을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음식도 하나의 문화인 만큼 그들의 생활을 공유하고 싶단 생각으로 시도해보긴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때엔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꼭 이름난 맛집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진짜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다면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음식도 때론 큰 기쁨과 놀라운 경험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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