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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마을 이야기(America)/쿠바(Cuba)

언제나 음악이 흐르는 쿠바 트리니다드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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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에서의 5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단지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돌이켜 생각해보면 밥을 먹든, 차를 마시든, 술을 한 잔 하든 어디서든 쿠바에선 음악이 함께였다. 그럼에도 하바나 보다 트리니다드가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큰 도시였던 하바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푸근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가격도 좋고, 음식도 괜찮았던 트리니다드의 레스토랑 몇 군데를 소개한다.

 

술에 대한 경고도 아니고 담배에 대한 경고라니...

흔히 만날 수 있는 선술집처럼 보이지만 라 보데기따(La Bodeguita)는 헤밍웨이의 모히또 극찬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모히또로는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비록 하바나 본점은 아니지만 헤밍웨이의 추억을 되살리며 라 보 데기 따를 찾았다.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나의 모히또는 라 보데기따에, 나의 다이끼리는 엘 플로리디따에)


엘 플로리디따(하바나): https://moreworld.kr/1070?category=745913 

 

하바나에 남은 헤밍웨이의 향기(암보스 문도스 호텔 & 플로리디타)

쿠바에서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를 만나는 건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헤밍웨이가 살았다는 집(지금은 박물관)이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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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데기따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간히 한글도... 우리도 한편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제대로 이곳을 즐기기 위해 자리 잡고 앉았다.

 

두 말할 필요 없이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모히또(Mojito).

쿠바(하바나)에선 모히또를 가장 먼저 주문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한번은 '왜 모히또를 안 먹니?'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신문처럼 생긴 테이블 셋팅지엔 헤밍웨이의 얼굴과 그의 말들, 그리고 모히또 레시피까지 깨알같이 적혀있다. 마치 내 옆자리에 헤밍웨이가 앉아있는 것처럼 그를 생각하며, 그리고 트리니다드 여행을 위해 건배!

 

조금 기다리니 한 접시에 메인 메뉴와 밥과 샐러드가 한꺼번에 나왔다. 중고등학교 때 자주 찾았던 분식점 돈가스가 생각나는 비주얼이다. 게다가 콩밥에 색깔도 흑미밥처럼 나오니 한국인가 착각할 정도다.

 

다음 코스는 악사의 등장.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로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밴드였는데 식사가 끝날 때쯤 됐다고 생각했는지 메인보컬이 웃으며 우리 테이블로 향한다. 하바나에서 트리니다드로 서너 시간, 비록 택시 이동이긴 했지만 피곤함이 남아있었는데 그의 넉살에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하다. 내친김에 모히또 한 잔 추가에 기념 촬영까지 실컷 기분을 내 본다.


 

우리 숙소와 멀지 않았던 Ocun-Yemaya 레스토랑

까사를 함께 운영하는 곳인데 레스토랑 이름이 Ocun-Yemaya이다. 쿠바에 있을 땐 인터넷이 안돼서 몰랐는데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무려 4.5점이나 되는 트리니다드에선 나름 인기 있는 곳이었다.

 

마치 동굴에 들어가듯 로비를 지나니 방들이 연결-연결되어 있다. 내부 분위기도 방마다 각기 다른 색으로 꾸며놓았다.

 

쿠바에 온 이래로 이런 식사는 처음~ 가격도 착하고, 맛도 괜찮은 곳이다. 쿠바 자체가 우리네 음식 값에 비해 쌀 수밖에 없지만 싸다고 질까지 좋은 것은 아닌데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맛있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랑고스타(랍스터)를 먹었고, 그들도 추천했지만 전날 차메로 아저씨네 까사에서 실컷 먹었기 때문에 다른 요리들도 맛보고 싶었다. 하바나에서 트리니다드까지 함께 온 친구들과 마지막 만찬으로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켜 기분 좋은 한 끼를 했다.

긴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리 맛난 현지 음식이라도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도 그때 만난 우리의 구세주였지 않았을까. 그렇다 해도 Ocun-Yemaya의 요리는 객관적으로도 맛있었다.

 

인상적이게도 이 레스토랑에서 함께한 밴드는 오직 여성들로만 구성된 밴드다. 3인조 그룹으로 기타도 치고, 손 드럼도 치고 했는데 이들은 음반을 판매하기도 했다. 귀에 익숙한 음악을 들려줘서 더 좋았던 밴드다.

 


 

저녁식사 후 트리니다드 골목을 걷는 중 홀연히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따라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넷은 소리를 쫓기 시작했다. 어느새 다다른 곳은 눈에 띄게 아름다운 저택의 모습을 한 음악 카페였다. 쿠바 전역에서 라이브 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이곳의 라이브 밴드는 스케일이 달라 보였다. 어느새 우리도 칵테일 한 잔씩 손에 들고 밴드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빠삐용을 연상시키는 직원들이 무심하게 만든 칵테일 잔을 전해주고, 나는 이곳에서 밴드와 밴드를 즐기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밴드의 음악도 멋지지만 이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관객의 수준도 만만찮다. 리듬을 즐기다 앞으로 나온 노신사는 꽤나 오랜 시간 한 여성과 춤을 췄다. 곳곳에서 나오는 환호와 박수는 그들의 몸짓을 더욱 신나게 만드는 듯했다.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풍경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를 수 있어 좋고, 이런 움직임이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행복감을 안겨주니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아마도 쿠바 사람들이 언제나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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