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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이탈리아(Italy)

[Firenze] 예술을 통해 피렌체 정치를 보다(시뇨리아 광장).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


시뇨리아 광장

중세시대부터 지금까지 피렌체의 중심지로 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시뇨리아 광장은 정치와 상업, 예술이 집대성되어 있는 곳이다. '시뇨리아(행정장관의 모임)'라는 이름이 의미하듯이 과거 정치인들은 이곳에 모여 정사를 토론하였고, 높이 솟아있는 베키오 궁전의 종탑에서 종이 울리면 시민들이 이곳으로 모였다. 지금은 종이 울리지 않지만 이른 시간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여행을 시작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코시모 1세 기마상>

두오모와 세례당 사이로 난 칼차이우올리 거리를 따라 걸어나오면 피렌체 역사를 집대성 해 놓은 시뇨리아 광장이 나온다. 골목의 끝에서 만나는 광장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여 언제나 시원함과 후련함을 함께 가지게 한다. 피렌체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시뇨리아 광장에 들어서니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손짓하는 조각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코시모 1세 기마상이다. 시뇨리아 광장에 서 있는 조각상들 중 이 땅을 밟아본 유일한 사람이 코시모 1세다. 코시모 1세의 아들이 제 아버지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피렌체 심장부와 마찬가지인 이곳에 세우고 메디치가의 문장과 업적을 적어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렌체에 남아있는 메디치가의 명성에 비해 그의 기마상은 상당히 외로워 보인다. 비둘기만이 외로운 그의 친구가 되어 함께한다.

 



그도 현재의 모습을 보고 있을까? 과거의 영광을 그리듯 베키오 궁전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더 안쓰럽게만 느껴진다.

 

<시뇨리아 광장의 조각상들>

이렇게 많은 조각상들이 나를 보고 손짓을 하고 있으니 나 같은 우유부단녀는 어디를 보고 먼저 호응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크기로, 형태로, 색으로 사람들을 홀린다. ㅎㅎㅎ

<넵투누스 분수(Fontana di Nettuno)>

암만나티(Bartolomeo Ammanati)가 제작한 넵투누스 분수는 일단 크기로 제압한다. 청동의 조각상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넵투누스는 바다에서의 승리한 피렌체인들을 상징한다는데 이상하게도 코시모 1세의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 이 넵투누스는 19세기에 만들어진 복제품이고, 진품은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거리의 박물관이 맘에 안들었을까? 어떤 고약한 사람들이 2005년 이 분수에 올라타 그의 팔과 삼지창을 파손시켰다고 한다. 다행히 복구되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나 안타깝다. 지금은 보안카메라가 넵투누스 분수를 지키고 있다.

 


<베키오 궁전>

1299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의 설계로 시작되어 1322년에 완공된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지금까지 봤던 고딕양식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뇨리아 궁전으로 불렸는데 코시모 1세에 와서 이름을 바꾸고 궁전의 규모를 확장했다. 당시 라이벌이었던 시에나 시청사보다 큰 규모여야 한다면서 궁전도 넓히고 광장도 넓혔다고 한다. 14세기 초부터 시청사로 쓰이기 시작했고, 지금도 일부는 관광지로, 일부는 시청으로 사용된다. 겉으로 보이는 단순함과는 달리 내부는 화려한 프레스코화와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코지모 1세는 메디치가의 어느 누구보다 자신의 가문과 자신을 우상화시키는데 앞장 선 사람인 것 같다.

 

<베키오 궁전의 입구>

베키오 궁전 입구에는 시뇨리아 광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아니 피렌체의 상징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반디넬리의 헤라클레스가 우뚝 서 있다. 당연히 헤라클레스보다는 다비드상이 더 눈에 들어온다. 진품도 아닌 복제품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보기 위해, 여기서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다비드상은 원래 피렌체 성당을 위해 조각을 시작했는데 만들고 나니 너무 크고 무거워 고민끝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어찌됐건 권력의 상징이었던 베키오 궁전 앞에서 원래 주인이었던 유디트(도나텔로 作-지금은 넵투누스와 다비드상의 사이 구석진 곳에 있다)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피렌체에서 다비드상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준다. 다비드상의 진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고, 미켈란젤로 언덕에 또 하나의 복제품이 있다.
입구 프리즈에는 '예수가 왕이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장식물이 붙어있는데 절대적인 권력을 가질 수 없는 인간을 뜻한단다. 한 때 권력자의 궁전이었던 이곳의 입구에 조금은 생뚱맞아 보이기도 한다.

 

<넵투누스와 다비드>

베키오 궁전 앞에 서 있는 세 명의 건장한 남성들. 넵투누스, 다비드, 헤라클레스. 그 중에서도 넵투누스와 다비드를 다시 보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건장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포스가 다르게 느껴진다. 다비드의 아버지뻘은 돼 보이는 넵투누스는 세상의 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그의 시선은 부러운 듯 다비드에게 고정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메디치가의 후원으로 작가적 재능을 키워나갔던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는 메디치가를 반대하는 상징을 담고 있다. 넵투누스는 오랜기간 피렌체를 장악해오던 나이든 메디치가로, 다비드는 새롭게 떠오를 신흥세력인 피렌체 시민들을 의미하는듯 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메디치가에서 정권을 다시 잡았을 때 미켈란젤로에 대한 분노를 담아 다비드를 없애버렸다면 우리는 지금 이 멋진 모습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로지아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

베키오 궁전에서 좁은 골목을 하나 두고 오르카냐가 설계한 개랑인 로지아 데이 란치가 있다. 우피치미술관에 딸려있는 단독 전시장인지 착각할 뻔 했다. 3면으로 오픈된 공간에 15개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원래 코시모 1세의 경호대였던 창기병들이 숙박했던 곳이었다고 하기도 하고, 연설장이었다고 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떠들어서는 안되고, 사진을 찍어서도 안되는 폐쇄된 전시장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어서 이곳이 너무 맘에 든다.

 


<페르세우스: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作>

로지아 데이 란치에 있는 조각상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이 있다. 하얀 조각상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한쪽 끝에 서 있는 푸른빛의 청동상은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를 의미하는데 너무 무시무시하게 생겼다. 흉칙한 모습으로 변한 것도 억울한 일인데 그 보다 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 메두사는 작게 벌어진 입사이로 작은 비명을 쏟아낼 힘조차도 없어보인다. 그렇담 페르세우스는 어떤 맘일까?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에서는 승리에 벅찬 감정보다는 승리를 하고도 뭔가 찜찜한 감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메두사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그녀의 눈에서 아직까지 남아있는 저주의 눈빛을 발견한 것일까?

 

<로지아 데리 란치의 조각상들>

왼쪽에서 부터 Pirro che rapisce Polissena, Ercole in lotta col centauro Nesso, Ratto delle Sabine이다.
이들 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제일 오른쪽에 있는 '사비네 여인의 강간(잠볼로냐)'이다. 엉겨붙어 있는 세 사람의 모습도 놀랍지만 하나의 대리석으로 이를 표현한 것이 더 이슈가 되었다. 등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른 곳을 향하고 있어 사방 어디에서든 조각상이 가진 독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첫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마임공연>

시뇨리아광장에서 한참동안 시간을 보내고 우피치 미술관을 향하는데 공연 한판이 벌어졌다. 하얗게 얼굴을 가린 배우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재미있는 재스추어를 선보이니 이내 구경하던 관광객이 보답을 한다. 한 두무리로 모여 쉬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작은 전시장까지 가득차 버렸다. 마음만 열어둔다면 말이 없이도 서로 통할 수 있는게 많다는 걸 한 배우에게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