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LGBT영화제(Film Festival)
국내에서 유일한 성소수자(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영화제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2012년) 12회를 맞았다. 우리 사회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 서울LGBT영화제를 통해 성소수자들은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고, 비성소수자들은 조금 더 가까이 그들에게로 다가갈 수 있을 듯 하다.
일 정 |
지 역 |
상영관 |
11. 3(토) ~ 4(일) |
강릉 |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 |
11. 10(토) ~ 11(일) |
대구 |
대구시네마테크(동성아트홀) |
11. 17(토) ~ 18(일) |
서울 |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
11. 24(토) ~ 25(일) |
전주 |
전주 디지털 독립예술관 |
12. 1(토) ~ 2(일) |
부산 |
부산 국도가람예술관 |
지역순회상영회
지난해(2011) 처음으로 대구, 부산을 돌아 서울에서 앵콜 순회상영회를 열고 올해 두번째로 순회상영회를 열면서 기존 대구, 부산을 포함하여 강릉과 전주가 추가되었다.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지만 원데이패스(15,000원)를 통해 하룻동안 상영되는 영화 모두를 감상할 수도 있다.
퀴어영화(Queer), 퀴어문화
Queer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같은 의미로 '수상한', '괴상한', '나쁜'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좀...). 퀴어영화는 그들의 삶을 영화화시킨 것일 듯. 13번째 퀴어문화제는 성소수자란 이유로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 억압 속에서 살아가던 그들에게 세상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차별에서 벗어나 긍정적 에너지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문화축제다.
각설하고...
어제 서울LGBT영화제에서 본 두 영화 이야기를 펼쳐보자.
두 남성의 강렬한 사랑 이야기, 라잇 온 미(Keep the Lights On)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에릭과 변호사 폴은 가볍게 몇 번의 만남을 가지다가 어느덧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관계가 된다. 사랑이 가진 다양한 색깔들을 모두 담고 있는 그들의 사랑은 10여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강해지는 듯 했으나 긴 사랑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각자의 삶을 찾아 간다.
세상을 앞서 산 한 여성의 비밀일기, 앤 리스터 다이어리(The Secret Diary of Miss Anne Lister)
19세기 영국 요크셔의 부유한 상속녀 앤 리스터는 당시 사회가(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허용하지 않는 동성애자이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략결혼을 한 그녀의 애인 마리아나를 잊지 못해 기다리지만 결코 돌아올 마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야 만다. 그 뒤 앤 리스터는 다른 사랑을 찾게 되고 성공적인 사랑과 사업을 수행해 나간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그녀의 비밀 일기장에 있었던 이야기로 암호로 적혀있던 것을 얼마 전 발견, 해독하여 영화화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열병으로 짧은 인생을 마감했단다.
▶ 그들은 사랑을 했을 뿐인데...
한 편은 자전적 영화, 또 다른 한 편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라는 점에서 '사실성'을 담았다는 유사점을 가졌지만 그 보다 두 영화 모두 동성의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닮은꼴이 되었다. 퀴어영화라는 장르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기에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영화를 만났다.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하더라도 첫 영화였던 앤 리스터 다이어리는 가볍게 볼 수 있었던데 반해 두번째 라잇 온 미는 뭔가 알 수 없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어쩌면 세상에 흔치 않은 사랑의 모습이기에 어두워야 하고 어딘가가 다를 것 같다는 선입견이 내 무의식에 담겨있었을지도 모른다.
첫 만남이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 연인의 마음에는 설레임과 기대가 가득차게 되고, 만남을 지속하면서 행복감과 즐거움에 웃기도 하지만 혹시나 내 사랑을 다른 누군가와 나누어야 하진 않을까하는 불안감과 질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면서 상대를 믿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생각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실망하고 아파한다. 물론 상대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도 있겠지. 다시금 사랑의 본질로 향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애절함에 떨다 그냥 그렇게 서로의 길을 떠난다. ... 그들도 이런 사랑을 했을 뿐이다. 동성애를 느낀다는 것은 똑같았지만 서로 다른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왔기에 그들의 삶까지 같을 수는 없다. 성격차이로, 가치관의 차이로, 생활 모습의 차이로 하루가 멀다하고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어느 한 쪽이 먼저 놓고 마는(그렇지 않으면 함께 합의하에 게임을 중단하는) 그런 사랑의 모습을 가진건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았다. 그저 대상이 달랐을 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담긴 '사랑'을 함에도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과 다른 성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거나 야유할 권리도 전혀 없다. 그들도 사랑할 수 있는 인간적 권리를 가진 존재이니까.
▶ 그들의 삶에는 정말 '동성애'밖에 없을까?
두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치열한 사랑을 하는 만큼, 삶도 치열히 살아가고 있다. 사랑은 삶의 근원 에너지이기에 열정적인 사랑은 열정적인 삶을 살게 한다. 그러나 그들에겐 늘 사랑만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내게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끊임없이 외쳐대는 사람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문득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런 인식들은 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가 규정지어버린 허상일지도 모르는데 "세상을 모르는 철없는 것들!", "사회의 일탈자"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버린다. 어쩜 그게 우리에게 더 편하게 느껴지니까.
이 두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사회를 바라보는 뛰어난 직관력과 지혜, 남성 못지않은 추진력과 도전의식을 가진 앤 리스터라는 여성이 19세기를 살았다는 것, 사회적 소수자를 수면 위로 올리며 따뜻한 인간미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있었다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그들이 가진 사회적 능력마저 성적 선호도로 인해 매장되는 것만 같아 아쉽기만 하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도 우리가 부르기 편한 이름이 아닌 진정 그들이 불리고 싶어하는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짧은 영화 한 편으로 삶의 시각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좁은 문이라도 열어둔다면 언젠가는 달라진 사회를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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