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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독일(Germany)

괴테가 가진 기억의 시작, 프랑크푸르트 괴테 생가(괴테하우스: Goethe-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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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정이 잡히면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괴테(Johann Wolfgang Goethe)였다. 그와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처음 만났고, 한참을 헤어져있다가 [이탈리아 기행]으로 몇 년전 재회했다. 어린 시절 만났던 괴테는 지루하고 딱딱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그에 대해 좀 더 알게되면 '내가 가진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괴테생가에서는 어렵잖게 한글을 만날 수 있었고,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최고의 덤은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을 거는 관리인들이었다.

 

 

 

 

 

 

"끼니도 때우기 어려운 가정형편을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성공하게 되었다!"고 하는 흔한 위인전의 이야기는 괴테와 전혀 관계없는 말이었다. 어린시절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엘리트 교육까지 받았으니 지금으로 치면 최고의 엄친아였을 듯 하다.

 

뜰과 뜰을 내다볼 수 있는 홀을 지나면 괴테가 태어나고, 지냈던 본 건물로 들어서게 된다. 집의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은 뜰이지만 집 전체에 나름의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괴테의 아버지는 이 집을 유산으로 받은 뒤 수리하였고, 그것이 지금까지 남게 되었다(독일의 많은 도시가 그렇듯 이곳 역시 큰 전쟁으로 파괴된 후 복원된 것이다). 박물관으로 개방되고 있는 괴테생가는 모4층이다. 현대적 시각으로 보더라도, 아니 그냥 흘려보더라도 꽤 크고 고급스러운 주택이다.

1층은 주 생활공간이 아닌 주방과 손님 접대공간이다. 흥미로운건 벽지색에 따라 노란방, 푸른방으로 이름지어졌다는 거다. 손님들이 사용하는 가구마저 너무나 고풍스럽다.

 

 

 

 

외할아버지가 프랑크푸르트(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이다) 시장이었고, 아버지는 왕실 고문관을 지냈으니 그저 부유했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듯 하다. 당시 사람들은 마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러 사용했는데 괴테집안은 집 안에서 펌프로 물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계단... 이 계단이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아래 4칸이 괴테가 살았을 당시 사용한 실제 계단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파괴된 후 살아남은 나무계단을 복원시켰다. 움푹 패인 나무의 결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다. 철제장식 또한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화려한 장식인데 자세히보면 괴테부모의 이니셜(JCG, CEG)을 새겨놓았다.

 

 

 

 

 

 

층마다 4~5개의 방이 있고, 그들은 각기 고유한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많은 관심이 갔던 음악의 방(Music room)은 천정장식까지 음악적 요소를 지녔다. 크리스티안 에른스트 프리드리치(Christian Ernst Friederici)가 만든 아주 오래된 피아노(1785년)가 눈길을 끈다. 거기다 이런 피아노가 2대씩이나... 아버지가 악기를 연주하면 어머니와 여동생이 노래하고, 유명 음악가들을 초청해 연주회를 여는 등 전형적인 음악가족이었다 한다.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라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말 할 만큼 괴테의 삶에서 음악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의 철학적 사고와 시인의 감성은 어느정도 음악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다.

 

 

 

▲ 북경방(Peking)

 

 

 

 

북경(Peking)이라는 이름이 붙은 방과 이어진 작은 방들...

조금 우습지만 벽지가 중국풍이어서 북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당시 동양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가족파티가 있을 때 주로 이용했단다.

 

 

 

 

많은 방들을 둘러보며 인상적이었던 것이 방마다 장식된 벽난로다. 평소 벽난로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했지만 어느 하나 같은 모양없이 다양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져 더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이 이곳의 벽난로들은 장작을 때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니 방이 아닌 거실에서 하인들이 장작을 때면 훈훈한 공기만 방안으로 들어오도록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공기는 최대화하면서, 매연은 최소화하는 대단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나는 1749년 8월 28일 정오, 종탑의 시계종이 12번 울릴 때 마인 강변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괴테의 가족들은 많은 시간을 3층에서 보냈다고 한다. '괴테생가'라는 이름으로 본다면 가장 중요한 공간인 셈이다. 괴테가 태어난 방과 부모님이 사용했던 방, 서재, 갤러리 등 많은 공간이 3층에 있다. 견학온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아버지는 주로 서재에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2,000여권이 넘는 장서들로 학문을 탐구했고, 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은 괴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듯 하다.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 괴테의 아버지는 서재에 있는 작은 창을 통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항상 지켜봤고, 이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괴테는 유독하게 싫어했단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보이지 않도록 숨어 집으로 들어왔으니 그 때나 지금이나 부자간의 역학관계는 변함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창의 이름이 "감시창"이다.

 

 

 

 

 

 

괴테생가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물건 중 으뜸으로 꼽힐 수 있는 것이 바로 천문시계일게다. 괴테의 집에는 유독히 시계가 많은데 천문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중 하나로 꼽힌단다. 1746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천문시계는 다소 징~한 독일인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현재의 날짜를 알려주고(놀랍게도 2014년 7월 10일이라고 표기되어있다), 그 아래로 태양과 달, 12개의 별자리를 보여준다. 건전지가 없던 당시 아래에 있는 곰돌이가 뒤로 넘어지면 시계가 멈춘다는 신호로 태엽을 감아줘야 한다.

 

 

 

 

왕에게 받은 훈장이랬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는 기억이 난다.

 

 

 

 

 

괴테생가에서 괴테의 채취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교단의 탁자로 사용될 법한 큰 책상이 괴테가 실제로 사용한 책상이다. 괴테의 초기작품,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의 앞부분을 이곳에서 썼다 전해진다. "로테"를 연상케하는 실루엣 회화가 남아있는데 실제 로테의 모티브가 된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4살이 된 괴테에게 생일선물로 준 인형극장, 당시의 다리미, 영상실 등이 있다. 괴테와 여동생은 이곳에서 보는 인형극을 아주 좋아했단다.

 

 

 

 

 

 

괴테생가를 둘러보고 나면 괴테 박물관(Goethe-Museum)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은 듯). 박물관이라지만 갤러리나 미술관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괴테생가가 소장한 그림들은 실제 괴테가문의 소장품들이고, 이곳에 전시된 그림들은 괴테가 살았던 시절의 것들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괴테와 큰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괴테와 그의 친구들 초상화가 몇 점 남아있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괴테의 생가는 거의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가구와 일상용품들은 미리 이전시켜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 한다.

누군가는 80년이 넘는 생을 살았던 괴테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겨우 20여년이니 괴테의 집이라 칭할 수 없다(사실 '괴테부모의 집'이 옳다는 그의 말에도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렇다해도 괴테의 기억에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이곳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1~2달 지내다 간 곳도 박물관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괴테"라는 이름을 붙일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싶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괴테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싶다. 이제는 그의 저서로 새로운 만남을 시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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