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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마을 이야기(Europe)/프랑스(France)

[파리] 테르트르 광장-예술가의 꿈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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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트르 광장의 예술가들]

사크레쾨르 대성당에서 나와 뒤쪽으로 살짝 돌아 왼쪽으로 쭉~ 길을 따라가면 서쪽편에 테르트르 광장이 나온다. 몽마르뜨하면 떠올릴 수 있는 화가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 여기이다. 그냥 나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프랑스 예술협회에 등록되어 화가등록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음악과 그림이 함께하는 곳, 더불어 카페에서 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테르트르 광장이다.

<테르트르 광장의 화가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의 혼을 다해 하나의 작품을 토해내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통해 유일한 기념을 갖고자하는 관광객의 마음이 이곳에서 충돌해서 일까 입구부터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한다. 예술엔 남녀가 없고, 나이도 없다. 풍경이면 풍경, 인물이면 인물, 정물이면 정물... 자기만의 특징들을 담아 서로 뽐내고 있다.
초상화 그리는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캐리커처를 그리는 사람, 풍경을 그리는 사람, 정물을 그리는 사람, 그리고 가위로 종이를 오려내는 사람... 가지각색이다. 그리고 그들은 관광객의 눈길이나 움직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간혹 호객행위를 하는 화가들도 있지만 손님이 없어도 자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초상화를 그리려는 사람은 한바퀴 휘리릭~ 돌면서 화풍이 맘에 드는 화가를 점찍어 그리면 된다.



<이미 그려놓은 그림을 판매하는 사람들>

  



 







<화가들>

그림을 그리는 뒤태가 그들의 예술성을 반영하는 듯 범상치 않다.
정말이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 할아버지 사진찍는데 찍지마라고 손을 내저으신다. 찍으면 안되나? 몰카에라도 걸린 것 같아 기분이 상하셨나? 추정컨데 손님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ㅎㅎ



 선이 면이 되고 명암이 뚜렷해지면서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순간 새로운 내가 탄생되어 있다. 

 

 

<몽마르뜨의 한국인 화가>

몽마르뜨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프라하의 카를교에서 몽마르뜨를 위해 포기했었다. 그래도 오리지날 명소에서 그려볼거라고... 물론 비용이야 더 비싸겠지만 말이다. 어디서 그리면 좋을까 한 3바퀴를 돌았다.
첫 바퀴째 "한국인이세요?", "그림한번 그리세요~"라고 누군가 말을 붙인다. 그래서 돌아보며 내가 대답했다. "어머, 한국분이세요?'" "네, 그래요. 여기서 그리세요. 싸게 해 드릴께요."... 처음엔 한국인이 아니면서 그냥 그런다고 생각했다. 동양인이니 그걸 노리겠지...라고 생각했다. "얼마예요?" "보통 50유로에서 60유로 받는데 한국분이니까 싸게 그려드릴께요." "얼마나요?" "35유로에 해드릴께요."  "음... 좀 둘러보고 올께요" "그러세요. 그리고 오세요."  

그리고 2바퀴를 더 돌았다.
한국인이라는데 맘이 끌린 것일까? 아님 맘에 드는 화가가 없어서일까? 자꾸 그 쪽에 맘에 쓰인다. 몇 바퀴돌고나니 그림을 그리는 비용도 만만찮음을 느꼈다. 올땐 꼭 그려야지 하고 왔지만 둘러보면서 맘이 조금 바뀌기도 한다. 50유로면 원화로 하면... 헉~ 근 9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인데... '내가 무슨 예술을 한다고 그 돈을 들여서 그림을 그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한번 돌아가봤다.

그러니 웃으면서 인사하시며 기념으로 하나 그려가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못이기는 척하며 자리에 앉는다. 이렇게해서 생애 처음으로 나의 초상화를 그렸다.

"실물보다 쪼금만 더 이쁘게 그려주세요~" ^^

감사하게도 30 Euro에...

 

초상화를 그리면서 모델의 역할도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했다. 고작 25-30분정도 되는 시간이었는데 가만히 앉아있는다는 것이 어찌나 힘든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나때문에 그리시는 분은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표현도 안하시고... 정말 예술하는 사람은 그냥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할 때는 그리도 상냥하게 해 주시더니만 그림을 그릴 때 그 분의 눈매는 세상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매섭고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초상화니까 대상의 특징을 잘 잡아내기 위해서겠지만 그 눈빛이 약간의 떨림(?)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림을 그리고 난 뒤 잠시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신지 30년이 다되가신단다. 원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오셨는데 워낙에 물가도 비싸고해서 공부를 한번에 마치지 못하고 조금씩 끊어가며 하다보니 지금까지 오셨단다. 그래도 공부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요즘은 작품활동에 매진 중이시란다. 그러시면서 우리를 너무 부러워하신다. 맘놓고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국에 오시고 싶다고. 그리고 맘편히 공부하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오랜 세월 그 분이 이 곳에서 외국인으로, 여성으로 겪어야했던 어려움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맘이 아파왔다. 지금부터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열심히 활동하실거란다.
괜스레 조금이나마 더 깎아보려했던 내 손이 부끄러워진다.
그래도 다행이다. 희망을 놓지 않고 계시니... 돌아나오면서 열심히 홍보해드린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실 수 있도록...

  

 

혹시 이 글을 보시면서 파리에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 중 특히 몽마르뜨에서 초상화를 그릴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테르트르 광장의 화가들 무리 중 테두리 말고 그 사이길로 들어가면 중간 정도에 이 분이 자리하고 계십니다. 그 분의 고정석이라고 하셨으니 그 쪽에 계실겁니다. 주변엔 일본인과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있으니 잘 확인하시고... 생각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 분한테서 그림을 그리세요. 혹시나 서양인들에게 그려야 제대로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 프랑스에 계시는 분들이 말씀하시던데 서양인들은 동양인의 특징들을 잡아내는데 많이 혼란스러워한답니다. 그래서 그리고 나면 완전 딴 사람이 된다고... 그러니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형에 익숙하고 특징을 잘 잡아낼 수 있는 한국인 화가에게 그립시다!

그리고 잘하면 약간 싸게도... ^^ 이왕이면 그분에게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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